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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은율 Dec 06. 2024

[시] 세월

<세월>


나 어릴적 할아버지따라

시골길 걷다 도랑 나오면 돌 사이에 흐르는 물을 잡고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지

물귀신이 네 발목 잡고 끌고 간다 어서 나오니라

겁주는 할아버지 말을 듣고 뒤돌아

깊은 물을 바라보면 진짜 손이 불쑥 올라와 내 발목을 이끌 것만 같았네


이제 나의 아이들은 그때의 내 나이가 되었고


함께 산책하다가

만난 하천을 들여다 보는 걸 좋아했네

하지만 그들은 손가락 하나도 물 속에 담글 수가 없었지

오염귀신이 나타나 살갗에 조금이라도 닿을까봐서

뒤에서 잔소리하는 엄마때문이었다


맑은 도랑에서 놀던 시간은

그 누구에게 이야기해도

나보다 더 즐기고 이해할 이가 없겠지


마치 아빠와 삼촌들이 어릴적

계곡에서 멱감던 이야기를

신나게 얘기할때

그 시절 나는 없었던 것을

시샘했던 것처럼


나의 아이들은 부모가 되어

자신의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하천에 떠다니는 하얀 거품을 보며

오랜 시절 시골집 앞의 맑았던 도랑을 떠올리네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신춘문예를 준비하느라 브런치에 소홀했어요

지금도 고민하고 있긴 해요. 비공개로 쓸 것인지, 이곳에 계속 올릴 지...

한 가지는 분명해요. 계속 쓸 거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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