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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은율 Jul 20. 2024

고아(Goa)의 첫인상

고아(Goa)하면 왜인지 모르게, 고갱이나 고흐의 강렬한 색감이 먼저 떠올랐다.  뜨거운 햇볕 아래. 비치에서의 사람들, 또 외국인이 찾는 휴양지. 나는 고아에 대한 확실한 정보보단 내가 막연히 그려낸 이미지만 가진 채 이곳을 찾았다.


인도는 같은 나라라 해도, 주마다 특색이 뚜렷해서 인도 내에서 국내 여행을 할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한다. 기본적인 풍경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개성 있는 면모를 보여주곤 해서, 인도를 몇 번이고 방문해도 지겨울 틈이 없다.


우리가 거의 일주일간 머물렀던 아메다바드는 무채색의 도시였다..흰 페인트 칠이 벗겨진 집들이거나 회색빛 시멘트만 보이던, 게다가 사리를 입은 여성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양한 원색의 사리를 입는 타밀나두의 여성과 대조적이었다.


그런데 고아 공항에 내린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거다. 공항에 전시된 고아 관광지의 사진부터 시작해서, 공항 밖을 나와 숙소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바라본 외부의 풍경은 빗물에 의해 가려지거나 왜곡된다 해도, 선명함 그자체였다. 빛깔이 살아 있는 풍경.


내가 좋아했던 인도의 색이란 이런 것이었다. 저마다의 집들이 자신의 색을 뽐내는 것. 집 전체를 민트색으로, 노란색으로, 빨간색으로 칠해버린 것. 그 알록달록한 색감을 마주한 순간 내 안의 설렘과 기쁨이 꿈틀대고, 비로소 떠나옴을 실감하게 되었다.


7월인 지금, 고아는 몬순 시즌이라 매일 비가 내리고 있다. 거세게 비가 퍼붓고, 리조트 너머의 바닷가에서 진회색의 파도가 언제라도 방을 덮칠 것처럼 달려들어,  두려움이 엄습했다가도 언제그랬냐는듯 비가 딱 멈추어버리고, 습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오던 길에 보았던 강렬한 색감을 리조트 안에선 볼 수 없지만, 고아에서 만난 폭우속에서, 난 충분히 잠길 수 있었다.


수영장에 드러누워 쏟아지는 비를 맞는다.


이제 내 기억속에 고아는 비와 함께 기억될 것이다. 또 남편의 자상한 마음도 함께.


두 아이는 아빠의 도움으로 인도 친구들과 자연스레 사귀고, 함께 놀고, 함께 간식을 먹고, 또 약속을 잡고 다음 날 다시 만나 놀았다.


이제 내일이면 이별해야 할 이곳,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또 오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또 온다고 해도 좋을 것 같은 고아. 우리 네 명 모두 활짝 웃을 수 있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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