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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은율 Aug 26. 2024

반한다는 것,

-베트남 다낭, 호이안에서


3박 5일 간의 베트남 다낭 여행 중, 마지막 날은 바나힐 &호이안 투어를 가게 되었다.


바나힐에서 뜨거운 오후를 보내고 조금은 지쳐 있는 상태로, 투어 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을 달렸다. 투닥거리던 두 아이가 잠이 들고, 호이안으로 향하는 길을 바라보면서 이 여행이 가져다 줄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 생각없이 왔지만, 무엇이든 하나라도 염두에 두고 싶었다. 내 삶의 터닝 포인트까지는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예감 혹은 다짐.


가볍게 와서 가볍게 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조금은 무거워지고 싶었다. 무겁게 내가 해야 할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싶었다. 하다가 아니면 말지, 이런 태도가 아니라 쉽게 포기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 더라도, 또 쉽게 포기하지 말자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내가 가져야 할 책임감의 한 부분이라고.


호이안의 화려한 홍등이, 강물에 흔들리는 소원초의 불빛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무엇보다 그 강물을 밝히고 있는 소원초들의 주인이 조각배를 가득 채웠다. 강물의 절반이 여행객이었다. 등 모양으로 종이를 접어 그 안에 네모낳게 자른 종이 상자를 깔고, 그 위에 작은 초를 세워두었다. 배 아래로 소원초를 띄우고, 아이들은 손을 흔든다. 내 것이 저기로 가고 있어, 배와 부딪혔어. 이제 사라지고 없어. 자기들의 소원초를 주시하다가 사라지자 못내 아쉬워한다. 소원을 빌자. 엄마 죽지 말고 우리랑 영원히 살게 해주세요. 나는 그 소원을 정정한다. 영원히 죽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살아 있는 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세요.


조각배를 타고 강을 건너와 호이안의 야시장에 들어섰다. 롤아이스크림을 먹던 둘째가 물이 먹고 싶다고 한다. 시원한 물을 사주었는데 바닥에 물병을 떨어뜨렸고, 그걸 잡은 후 손이 지저분해졌다. 입체 종이 카드를 팔던 자판대 근처였다. 나는 아이의 손을 생수로 씻어주었다. 그때, 카드 자판대에 있던 베트남 여성이 휴지를 뽑아와 건넨다. 또, 다른 상점의 여성이 내 손에 있던 아이크림을 담았던 종이컵을 버려주겠다며 달라고 한다.


나는 그들의 친절함에 반했다.


그래서 살 생각이 없었던 입체 카드를 사게 되었다.


가격이 싼 것도 아니었고, 필요한 것도 아니었지만 깎아줄 테니 하나만 사달라는 그녀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고, 필요없다고 거절할 수도 있었다. 평소라면 나는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거리낌없이 건넨 작지만, 어쩌면 따뜻한 그 친절 앞에서 나는 무너졌다.



이 카드를 볼 때마다 나는 친절한 사람의 미소와 행동이 떠오를 것 같다. 그리고 호이안, 다낭 여행을 좋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다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아주 작은 일이라도 다정해지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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