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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은율 Jul 16. 2024

이런 여행

일상처럼 잔잔한,

이번 인도 방문을 계획하면서 남편과의 공론이 '무리하지 말자'가 돼버렸다. 지난 1월의 기억이 너무 크게 남아 있어서(낭비한 시간과 돈과 체력), 최대한 이동 코스를 줄였다.


처음 3일간 인도 국내 여행 (우다이푸르 or 마운트 아부) 3일간 남편 출근, 우린 숙소 근처 오가기, 나머지 3일은 인도 국내 여행 (고아)


사실 고아 왕복 비행기 티켓과 리조트만 예약했고, 첫 일정은 확정해두지 않았다. 거의 24시간을 채워 남편 숙소에 도착했고, 피곤하니 움직이기 싫었다. 마운트 아부에 가려면 편도 차로 3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데, 숙소가 금액 대비 너무 별로라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고아에 가기 전까지 남편 회사 숙소에 머무르게 되었다.


회사 숙소에선 할 게 별로 없다보니, 세 끼 밥 먹고, 독서하고......또 독서하고. 정말 심심하면 회사 차를 타고 시내에 있는 몰에 다녀왔다. 몰까지도 편도로 1시간 30분 이상이 걸리니 다녀오면 지쳤지만, 애 둘과 방안에만 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어디든 나가는 편이 나았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특히 집과 어린 아이들을 오래도록 응시했다. 집은 하나같이 낡았고, 아이들은 자꾸 차에 달라 붙었다. 회사 근처가 가까워질수록 촌동네였는데, 비포장도로길에 아이 둘이서 양쪽에 고무줄을 들고 서 있다. 고무줄을 들어 차가 지나가는 걸 막는다. 이런 행동이 아이들에게 너무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차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편이 기사에게 물어보니, money 때문이란다. 길에서 정차하고 있으면 아이가 차에 달라붙는다. 큰 눈망울로 우리를 가만히 바라본다. 모른척 하면 창문을 두드린다.

Ahmedabad, Gujarat



며칠 전 델리 공항에 착륙했을때, 활주로 담벼락 너머의 낮은 집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딸이 외쳤다.

"엄마, 인도에 온 것 같아. 낡은 집들이 보여."

그 풍경은 묘하게 안도감을 주었다. 무사히 왔다, 라는 생각과 함께.


이곳도 녹음이 우거지며 깨끗한 도로가 있는 고급 주택가가 있다. 하지만 도심을 벗어나면 페인트 칠이 벗겨진, 철심에 겨우 매달려 있는 콘크리트가 위태로운 집들이 이어진다. 이런 집들이 몇 십 년간 수명을 이어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집집마다 널려 있는 빨래와, 나무 아래 평상에 늘어져 있는 삐쩍 마른 노인과 도로가로 소 떼를 몰아가는 중년 여성과 집 앞에 나와 구걸하는 아이...


불과 한 시간도 안 되는 거리 속에서 극과 극을 바라본다.


나는 그저 바라볼 뿐이다.


몰이든, 어디든, 우리를 대놓고 바라보는 인도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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