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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은율 Sep 28. 2024

[시] 어항

<어항>



후후후후 숨을 내쉬다가 호흡을 놓쳐 바닥을 차고 올라올 때면 곁에 아무도 없이 죽는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숨을 가다듬고 고개를 숙여 앞을 내다보면 옆 레인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물고기가 있다 지느러미를 펄떡이며 몸을 한바퀴 회전한다 나의 두 다리도 우아하게 뻗어 올려 물을 차오르는 저 지느러미가 되고 싶다 두 팔로 허우적대다가 물을 잔뜩 먹고 두 다리를 세운다 벽면에 달라부터 물과 함께 숨을 뱉어낸다 날쎈 물고기들의 축제로구나 살아서 숨쉬는 종족들을 황홀하게 바라본다 태어난 이상 제 몫을 다하는 건 숙명이다 물속에서 오래버티기야말로 기필고 얻고 싶었던 삶의 방식 두려울수록 눈을 감을 게 아니라 눈을 뜨고 아래를 응시하는 것, 아래를 오래 들여다볼수록 위는 그만큼 낯설었다. 몸을 뒤집어 천천히 흘러가는 몸을 바라본다 멈춰 있는 줄 알았는데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다른 물고기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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