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3(2019.12. 5)
너의 죽음은 이미 예정되었던 일 이리라. 작디작은 체구에, 하루만 영양섭취가 부족해도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너를 키우기에 나와 우리 가족은 한참 자격 미달의 인간들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그랗고 커다란 눈망울, 무심한 듯 순수한 표정, 단순해 마지않는 움직임과 왕성한 생동감은 2년 반 남짓 우리에게 더 없는 기쁨을 선사하였기에 그 고마움을 표현할 방법이 없구나.
좁은 케이지 안에 갇혀 상쾌한 바깥공기 한번 제대로 맡아보지 못하고, 자유로운 날개짓(?) 조차 못했던 네게 무슨 염치로 고맙다고 말할 수 있겠니. 그토록 탐욕스럽고 무심한 인간의 공간에서 힘겨웠을 너의 하루를 생각해 보면 그저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이다. 밤새 죽음의 문턱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창살 한켠을 움켜쥔 채 숨져 있는 너를 발견했을 때 우리는 불길한 예감이 생각보다 일찍 현실로 찾아왔다는 놀라움에 앞서 그 참혹함에 할 말을 잃었다.
극심한 고통에 눈을 감지 못했고 창살을 움켜쥔 손은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너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을지언정 외롭고 두려운 저승길을 지켜주지도 못한 채 우리 가족은 단잠에 빠져있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계속 죄책감으로 남아 이 형편없이 무책임한 글을 쓰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사진으로 알게 된 하늘다람쥐는 맞벌이에 바쁜 아파트 생활자들에게는 최적의 반려동물이라는 홍보성 문구, 개와 고양이를 넘어서는 사랑스러운 외모로 인해 내게는 최고의 반려동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구피, 소라게, 햄스터 등등 소형 애완동물을 키워봤지만 손이 가는 건 둘째치고 인간과 교감할 수 없는 행동특성으로 인해 개나 고양이에 대한 간절함은 커져만 갔던 내게 하늘다람쥐는 가히 하늘이 내린 반려동물이었다.
손안에 들어가는 작은 크기,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 개를 능가하는 놀라운 지능, 인간과의 교감능력 등은 내게 더할 나위 없는 조건으로만 비친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섣부른 결정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였지만 짧디 짧은 너와의 인연이 내게는 슬픈 너의 운명과는 별개로 나름 큰 축복이었다.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 작은 생명체의 예민함을 알게 되었고, 야생성이 남아있는 동물을 가정에서 키우는 일이 얼마나 신중한 고민을 수반해야 하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언젠가 너를 대체할 누군가를 만나게 되더라도 너에 대한 기억은 오래도록 간직할게. 너를 떠나보낸 날 잠시 명동성당에 들러 기도를 올렸지만, 부디 너의 영혼은 평안하고 즐거운 어딘가에서 안식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너의 착한 심성과 그 마음만큼 환한 얼굴을 기억하며 자유와 평안이 함께 하기를 빌게. 이름만큼이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기쁨을 안겨 준 희동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