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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 Nov 16. 2019

너도 어차피 꼰대가 될 거잖아

나는 당당한 꼰대가 되고 싶다

어른이 되는 기준이 뭘까?

만 20세에 투표권이 있으면 성인일까?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은

불 같은 사랑이 지나가고 죽을 것만 같은 이별도 지나가

불같진 않지만 익숙한 상대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을 책에서만 보다가 실감을 하고

자식을 키우다 문득 내 유년시절 자잘한 상처의 가해자였던 부모의 처지가 이해되고

그러다 가여워지고 늙고 병들어 가는 모습에 안타까워지고


조마조마해가며 부동산 거래도 해보고

큰돈도 잃어보고 

반대로 여유로운 삶도 꿈꿔보고 

믿었던 이에게 배신도 당해보고 그래서 더는 사람을 믿지 않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통해 힘을 얻는 법을 알아가는

그게 어른이 아닐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직장 동료 중에는 연장자보다 후배들이 많아지는 순간이 왔다.

요새 나나 내 동기, 선배들이 자주 하는 말은 '나 꼰대 같아?"이다.

다른 사람에게 꼰대라는 소리 들을까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를 더 이상 못한다. 속으로 끙끙 앓을 뿐이다. 

그냥 동년배나 윗사람들하고만 우리끼리 "요즘 것들이란~~" 말로 속풀이를 할 뿐이다.

우리는 요새 호환, 마마보다 꼰대란 소리를 더 무서워하다.


우리는 꼰대란 말을 무서워한다. 

꼰대의 어원을 살펴보면 첫째는 영남 사투리 꼰데기에서 왔다는 설이다. 이에 따르면 번데기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이라는 의미에서 ‘꼰데기’라고 부르다 ‘꼰대’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프랑스어로 백작을 콩테(Comte)라고 하는데, 이를 일본식으로 부르면서 '꼰대'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이완용 등 친일파들은 백작, 자작과 같은 작위를 수여받으면서 스스로를 '콩테'라 불렀는데, 이를 비웃는 사람들이 일본식 발음으로 '꼰대'라 불렀다고 한다. 즉, '이완용 꼰대'라고 부른 것에서 꼰대라는 말이 시작됐고, 친일파들이 보여준 매국노와 같은 행태를 '꼰대 짓'이라 했다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요새 꼰대의 의미는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나이 어린 사람이나 하급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한다.  미디어에서는 어른을 꼰대로 쉽게 희화화하고 꼰대라는 뜻의 무게에 비해 말이 자연스럽게 많이 쓰여 선배와 상급자의 오랜 시간에 걸쳐 습득한 경험이나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도 꼰대라고 치부될까 나는 우려한다.


선배는 더 이상 후배에게 노하우를 전수하지 않는다. 물어보지 않으면 먼저 말하지 않는 문화가 우리 직장 내에도 당연시되고 있다. 그리고 업무에 실수가 벌어지면 후배는 미리 잘 가르쳐주지 않는 선배와 직장문화에 불만이 많고 선배는 후배에게 싫은 소리 한번 시원하게 못하고 속으로만 쌓아두니 선후배 간의 벽이 점점 높아지는 요즘이다.


나는 요새 꼰대라는 말의 무기로 실수에 대한 정당한 지적과 지도편달까지도 못하게 막는 분위기가 유쾌하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꼰대가 되기로 했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의 평가의 부담에 자기 검열을 하고 하고 싶고 꼭 해야 하는 말도 못 하는 분위기를 거부한다. 꼰대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다. 그냥 꼰대가 아니라 다소나마 납득이 가는 꼰대가 되고 싶다. 나의 노하우와 경험을 일방적으로 전수하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겠다. "내가 니 나이 때에는 이런 건 상상도 하지 못했어"라고 말은 하겠지만 배울 점이 있으면 나이 어린 친구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다.  일이 잘못되어 후배의 설명을 듣고 속으로는 말 같지 않은 핑계로 자기변명을 일삼는구나 라고 생각이 들때가 있겠지만 후배의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겠다.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

만리장성을 쌓는 노역에 동원된 사람들이 남긴 낙서의 내용이라고 한다. 수천 년 전에도 꼰대와 젊은이들의 갈등은 첨예했나 보다. 세대 간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꼰대처럼 굴지 않아도 꼰대로 볼 것이고 젊고 예쁘고 역동적이고 유머감각도 최신이고 센스 있는 너도 언젠간 꼰대라고 불릴 것이다. 나는 그냥 꼰대가 돼버리련다. 당당한 꼰대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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