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고개를 저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스트레스 때문인지,
면역이 떨어져서 그런지
몸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었다.
퇴사를 고민하던 시점에는
알레르기가 점점 더 심해졌다.
눈과 피부가 가렵고,
숨이 답답했다.
약을 먹지 않으면 하루를 버티기 힘들었다.
시골집은 구조적으로 해가 잘 들지 않았고
환기도 쉽지 않았다.
흙으로 지은 집이라 먼지도 많았다.
먼지 알레르기가 있는 나에게는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
쑥갓, 상추, 치커리, 로메인 같은
쌈채소를 키워 고기와 함께 싸 먹고,
캐모마일과 메리골드 꽃을 따 차를 끓여 마셨다.
쑥을 뜯어 쑥버무리와 쑥개떡을 만들어 먹었고
민들레와 개망초를 나물로 무쳐먹었다.
마당에는 머위가 지천이었다.
시골로 내려오기 전
수없이 반복해 보았던
일본 영화 리틀포레스트에
그 장면을 흉내 내고 싶었다.
머위꽃을 따
머위꽃된장을 만들었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게
밥도둑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날 밤
온몸이 가려웠다.
단순히 컨디션 문제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나는 국화과 식물에 알레르기가 있었다는 걸.
쑥갓, 치커리, 상추, 민들레, 메리골드, 캐모마일
마당에 있는 대부분 것들이
국화과 식물이었다.
어느 날은 미나리, 셀러리를 먹고도
몸에 반응했다.
초록색 채소를 먹는 일이
점점 두려워졌다.
카페인에 예민해서
커피 대신 마신 차도
하필 민들레 뿌리였다.
선물 받은 영양제를 먹고도
몸이 가려워 성분표를 확인했더니
치커리 뿌리가 들어있었다.
그 후로 영양제를 고를 때마다
성분표부터 살폈다.
내가 애써 키우고,
배워서 요리하고,
의미를 부여하던 것들이
오히려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시골까지 내려와
자급자족을 꿈꾸었는데
몸은 그 삶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 아이러니가
이상하게도 더 서글펐다.
퇴사를 하며
이미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는데
알레르기까지 심해지자
나는 저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걸 느꼈다.
그때
뭔가 붙잡을 것이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