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환상, 그래도 버팀
퇴사를 한 뒤,
나는 무너져 있었다.
회사도,
텃밭도,
리틀포레스트도
시골에 와서 했던
모든 것이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여행을 다녀와도 그대로였다.
나는 매일 울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울고,
설거지를 하다 울고,
잠들기 전 불을 끄고 누워서 또 울었다.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가슴 어딘가가 계속 눌려 있었다.
그래서 책을 펼쳤다.
마음공부,
명상,
에고,
자아,
집착을 내려놓는 법.
나는 그 문장들에 매달렸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라."
"모든 것은 지나간다. "
"집착이 고통을 만든다."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하고,
유튜브 명상 영상을 틀어놓고
눈을 감았다.
처음에는
살기 위해 붙잡은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세계에
점점 더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왜 시골로 왔을까."
"나는 왜 존재하는가."
"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질문은 점점 커졌고
답은 점점 추상적이 되었다.
나는 현실을 해결하기보다
의미를 해석하는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시골로 가면 바뀔 것 같았다.
직업을 바꾸면 바뀔 것 같았고,
텃밭을 가꾸면 바뀔 것 같았고,
문화를 기획하면 바뀔 것 같았다.
명상을 하면
또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책을 더 읽으면,
깨달음을 얻으면,
이 고통이 사라질 거라고.
돌이켜보면
나는 치유를 원한 게 아니라
또 다른 변신을 원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더 단단하고,
더 평온하고,
더 초연한 사람으로.
명상 음악을 틀어놓고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눈물이 흘렀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도 나를 평가하지 않았고, '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조금씩
환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시기만 지나면 달라질 거야."
"나는 큰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야."
그 말들은
나를 버티게 했지만
동시에 현실을 미루게도 했다.
나는 여전히
생활비를 벌어야했고,
집은 고쳐야 했고,
몸은 아팠다.
그런데 나는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
의미를 붙잡고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집착을 내려놓겠다고 말하면서
다른 집착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시골이라는 환상에서
마음공부라는 환상으로.
그래도 그 시간이
완전히 거짓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나를 돌아보고,
돌보기 시작했으니까.
울면서 책을 읽던 그 밤들이결국
나를 조금씩
내 안으로 향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