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존재만으로 힘이 된다는 말

by 산다

명상을 하고,

책을 읽고,

울면서 밤을 보내던 시간들이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니었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나는 가라앉고 있었다.


조금씩 숨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즈음,

알게 된 카페 사장님이 물었다.


"혹시 여기서 일해볼 생각 있어요.?"


시골의 작은 카페였다.

옛날 가옥을 개조하여

나무 냄새가 은은하게 나고

귀엽고 작은 마당이 있는 공간.


카페에 출근하여

커피를 내리고,

잔을 닦고,

테이블을 정리했다.


사장님과 나는 곧 친해져서

손님이 없을 때 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겪은 일들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귀촌, 회사, 퇴사, 알레르기, 마음공부

의미를 붙잡고 울던 밤들.


사장님은 사장님대로

힘들게 보낸 시간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어느 날 사장님이 말했다.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존재만으로 힘이 되네. 고마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풀렸다.


나는 늘

무언가를 해내야

쓸모있는 사람이 된다고 믿어왔다.


문화기획 팀장이 되고,

텃밭을 잘 가꾸고,

리틀포레스트 같은 삶을 살아야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저 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니.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강했다.


인정받았기 때문일까.

어쩌면 맞다.


나는 여전히

인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고,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있어 보이는 인정'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인정'이었으니까.


그 날 이후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자존감은

직함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관계 속에서

천천히 ,

아주 조용히 올라왔다.





이전 15화울기 위해 마음공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