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대수롭지 않은

by 유이지유

2019/10/27㈰
[대수롭지 않은]
대수롭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을 하며, 시답잖은 관계를 이어간다.
'이런 사람들이랑 뭐 하러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듣는 둥 마는 둥 말을 맞춰 줄 뿐이다. 그것마저도 귀찮아서 아예 대놓고 딴생각에 잠기도 한다. 그러나 떠드는 상대도 자신의 말이 대수롭지 않은 걸 알기에 대단한 반응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대수롭지 않은 시간을 의무처럼 쓰고 있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시간이, 대수롭지 않은 관계 속에서 흘러간다. 대수롭지 않은 말과 생각으로 쌓이는 '일상' 그것들을 삶이라 부르며, 대수롭지 않은 인생이라 생각한다.
'대수롭지 않은'은 얼마나 대수로운 것인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길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이 원래대로 회복 가능한 것이다. 약간의 기복이 있더라도 산산조각 나지 않는다. 아끼던 접시가 바닥으로 떨어진 후, 그것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다. 대수로운 일은 대부분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동반한다. 익숙하지 않은 대수로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대수로운 것'은 뼈가 부러지거나, 밥벌이의 터전을 잃거나, 함께 했던 이들을 잃거나 하는 것들이다. 일상이라 부르던 것들을 영위할 수 없음을 말한다. 대수롭지 않은 이들과 시답잖은 드라마나 코미디를 보며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대수로운 일인가? 극단적으로 나쁜 일에 휩쓸리지 않고, 안전한 울타리에서 안온한 시간을 보내는 축복임을!

"그런 건 써서 뭐해? 누구누구도 그런 거 썼던데...개나 소도 글 쓰는 세상이다."
"널 위해서 솔직히 충고하는데, 정신 차리고 밥벌이해야지."
"그런 시답잖은 글 따위 아무도 관심 없어. 끝장나게 재밌고, 참신한 글을 써 봐."
시시한 일은 관두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해보라고 종용하는 세상이다.
대수로우라고 잰 채하는 자들에게 중간 손가락을 세워 주리라.

"냅둬! 너네나 대수롭게 살어! 난 이리 살다 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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