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1일
[탑 쌓기: 거꾸로 쌓는 마음]
며칠 전부터 초강력 태풍이 온다고 난리였다.
늦게 오는 것은 여름 것과 비교할 데 없이 무섭다고 떠들어댔다.
태풍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발생한다.
가을 태풍 무섭다는 말들을 하는 건, 2003년 9월에 들이닥친 ‘매미’ 때문이었다.
속설을 증명하고도 남았다.
우리의 일상을 너무도 쉽게 무너뜨렸다.
117명 사망하고 13명 실종됐으며 재산 피해는 4조 원에 이르렀다.
목도했던 이들은 일상이 이토록 쉽게 무너진다는 것에 커다란 트라우마를 입었다.
늦장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 이번엔 초속 60m를 훨씬 뛰어넘었던 매미보다 초강력 태풍이 온다고 하는데…
출처: 내외경제tv
이러니 놈이 실체를 드러내기도 전부터 공포가 먼저 나라를 휩쓸었다.
*
시절을 벗어난 것들은 그게 무엇이든 실체를 파악하기 무섭다.
정상을 벗어났으니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 근래 들어 알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이도 일어난다.
‘우리나라만 그런가? 나만 그렇게 느끼나? 오버인가…?’
궁금해서 들어보면 여기저기 난리도 아니었다.
굶어 죽고, 말라 죽고, 빠져 죽고, 타죽고…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아 보였다.
전문가라는 이들은 이미 난리가 났는데 심각성을 못 깨닫는다며 핏대를 세웠다.
시절을 벗어나게 만든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하늘에 닿으려 했던 바벨탑도 무너져내렸다.
호모데우스(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 유발 하라리)의 길을 선택한 인간의 욕심은 끝을 모른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모든 걸 먹어치운다.
순리를 따라 왔다가 가기를 바랐던 마음은 어디로 떠나보냈을까?
탑은 나날이 높아져만 간다.
그렇게 쌓아 올린 탑은 거꾸로이다.
누구보다 높게, 무엇보다 높게!
거꾸로 쌓아 올린 욕심의 결과일까?
시절을 모르는 재앙의 그림자가 짙어진다. 삐그덕삐그덕…
*
폭풍이 할퀴고 간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기만 했다.
그 하늘 아래 나는 어떤 마음을 쌓고 있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