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25일(토) 맑음
코스 : 도봉산역 ~ 도봉탐방지원센터 ~ 녹야선원 ~ 은석암 ~ 다락능선 ~ 신선대 ~ 마당바위 ~ 도봉탐방지원센터 ~ 도봉산역
산에 가기 위해 새벽 5시반,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났지만 좀 귀찮다. 잠시 망설이다가 이왕 가기로 했으니 이른 아침을 먹고 개롱역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군자역에서 한번 갈아타고 도봉산역에 내렸는데, 7시가 지났는데도 밖은 아직 어둑하다. 그래도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고 나니 길이 보일 정도쯤 밝아졌다.
도봉로를 건너고 도봉탐방지원센터와 산악박물관을 지나 광륜사(光輪寺)에 잠시 들른다. 이른 시간인데도 몇몇 사람들이 대웅전(大雄殿)을 부지런히 지나다닌다. 입구에 세워놓은 안내문에 따르면, 광륜사는 신라 때(673) 의상조사(義湘祖師)가 만장사(萬丈寺)로 창건했지만, 명백만 유지해오다 조선후기 조대비(趙大妃)였던 신정왕후(神貞王后, 추존왕 익종[翼宗]의 왕비이자 헌종[憲宗]의 어머니)가 새롭게 중창하고, 2002년 청화대종사(淸華大宗師)의 증명으로 광륜사로 새롭게 개창했다고 한다.
그런데, 의문스러운 점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사찰을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경우 그 연원이 신라시대에 닿아있고, 특히 의상(義湘 625~702)과 원효(元曉 617~686)가 창건했다는 사찰이 많다. 그들은 신라승려이니 경상도에서 주로 생활했을 텐데, 교통도 불편했던 시절에 어떻게 방방곡곡을 다닐 수 있었을까? 또한, 가는 곳마다 그들이 뛰어난 승려란 건 어떻게 알아봤을까? 그렇지 않으면 사찰을 창건하는데 도움을 받지 못했을 게 뻔하다. 당연히 그들이 건립비용을 짊어지고 다니면서 사찰을 짓지는 않았을 테니까. 아무튼, 괜한 의문을 가져본다.
광륜사를 지나 조금 올라가다 첫번째 갈림길에서 오른쪽 녹야선원(鹿野禪院) 방향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이내 녹야선원에 이르렀는데,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주차장 출입문만 열려있고, 사찰 문은 닫혀있다. 그래도 녹야선원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1952년 만월스님이 녹야원(鹿野苑)으로 창건했는데, 후에 혜안스님이 녹야선원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녹야원은 인도 바라나시 북방에 위치한 사르나트(Sarnath)를 말하는데, 녹야원(鹿野園사슴공원)이란 뜻이란다. 이곳은 석가모니가 자신과 함께 고행했던 다섯 수행자들에게 처음 설법한 땅이어서 불교 4대 성지 중 하나라고 한다.
녹야선원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다시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늘도 은석암엘 들르기 위해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가는 동안 곳곳에 샘물이 있는데, 오늘은 이른 시간이기도 하고 겨울이어서 물 없이도 충분히 산행할 수 있다.
시20분쯤 은석암에 도착해 올라가본다. 이곳도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관리하는 사찰이라는데, 규모는 아주 작다. 언뜻 봐선 사찰은 물론 암자로도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에 조그만 대웅전이 보이고, 다른 곳은 바위 위에 조그만 불상을 여럿 올려놓은 게 전부다. 산신각이란 이정표가 있어 올라가봤지만, 거기도 바위뿐이어서 어디가 산신각인지 모르겠다. 이곳을 설명하는 안내문도 하나 없으니 연원도 당연히 알 수 없다. 그래도 연등을 접수한다는 안내문이 보이는데, 가격은 여느 사찰과 같은 것 같다. 하긴 번듯한 건물은 없어도 도봉산이 내려다보고 있어서 영험해 보이긴 한다.
은석암을 나와 산행을 계속하는데, 길이 점점 가팔라진다. 스틸파이프로 만든 가드레일에 의지해 한발한발 올라가는데, 땀이 많이 난다.
다락능선쉼터를 지나면서부터 등산로에 눈이 쌓여있다. 그나마 사람들이 다닌 곳에는 조금 덜 쌓여있어서 그곳만 밟으며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그리고 거기부터 멀리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紫雲峰739.5m)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이어지면서 정상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가드레일에 의지해 가파른 바위를 자운봉과 만장봉(718)선인봉(708)은 물론 오늘 목적지인 신선대(726m)가 한꺼번에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나무데크로 만든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는데, 멀리 보이는 3면은 미세먼지 때문인지 너무 뿌옇게 보이고, 자운봉 방향으로는 바로 앞에 커다란 바위가 가로막고 있어 네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아쉽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신선대 방향으로 계속 간다. 그리고 다시 만난 갈림길에서 오늘은 오른쪽 길로 가보기로 한다. 가던 방향으로 똑바로 가면 Y계곡을 만나는데, 오늘은 새로운 길로 가보고 싶어서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Y계곡에 비해 그리 쉬운 길도 아니다. 경사도 가파른데다 눈이 많이 쌓여있어서 미끄럽다. 게다가 한참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야 하는 길이라 이래저래 다음엔 이 길로 오고 싶지 않다.
9시50분쯤 오늘 최종목적지인 신선대에 올랐는데, 좁은 정상에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잠시 기다렸다가 정상목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몇 장 찍었다. 아니, 젊은 친구한테 사진 한장 찍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여러 장을 찍어준 거다.
하산은 마당바위 방향으로 간다. 어느 길로 가든 거리는 비슷하다. 그리고 10시15분, 마당바위에 도착해서 간식을 먹는다. 메뉴는 초코파이와 커피, 그리고 샤인머스켓. 여기도 사람들이 몇몇 앉아 쉬고 있고, 그동안 올라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멀리 우이암과 오봉이 보이는데 사진에 담기엔 너무 먼 거리다. 2배 줌을 당겨도 너무 조그맣게 잡힌다.
내려오는 길에 오랜만에 천축사(天竺寺)에 들렀다. 이곳도 역시 673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돼있다. 그리고 조선을 건국한 후인 태조 7년(1398) 절을 중창하고 ‘천축사’란 편액을 내렸다. ‘항상 부처님이 상주해있는 평안한 곳’이란 뜻이란다.
도봉산장이라고도 불리는 도봉대피소를 지나 도봉서원터에 이르렀는데, 맞은편 계곡 바위에 새겨진 ‘고산앙지(高山仰止)’란 글씨가 보인다. 아니, ‘止’자는 물속에 숨어있어 보이지 않는다. <시경(詩經)>에 나오는 문구로, ‘높은 산을 우러러 사모한다’는 뜻이란다. 도봉서원은 2021년 8월,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란 안내문을 설치해놓은 이후 아무런 진척이 없다. 너른 공터에 알 수 없는 비석만 하나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오늘도 김수영 시비(金洙暎 詩碑)에 들러본다. <풀>의 일부라는,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김수영에 대해 아는 건 딱 거기까지다. 시인이라곤 김소월과 이상 외에는 별로 관심도 없는 데다가 시(詩)에 대해선 더더욱 관심이 없어서다.
광륜사엘 다시 들렀다가, 맞은편에 있는 산악박물관도 잠시 구경한 後 도봉산역으로 와서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