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싱거워도 맛있다고 말해줄 순 없니

by 이재현

어제저녁은 아내와 외식을 하였습니다. 자주 가는 단골 음식점입니다. 우리는 고등어구이와 된장찌개를 주문하였습니다. 음식의 양이 한 끼 식사엔 좀 많은 편입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남은 음식을 포장해 달라 하여 집에서 다음날 그것으로 한 끼를 해결하곤 합니다. 어제도 아내와 난 된장찌개를 좀 남겨서 포장해 가기로 하였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우리가 된장찌개를 먹지 않는 것을 보고는 된장이 맛이 없느냐고 물어봅니다. 이때 아내가 “된장이 좀 싱겁네요”라고 대답합니다. 나는 살짝 당황하여 "아니요 포장해서 집에 가지고 가려고요"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제야 주인 아주머니 표정이 좀 밝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아침 어제 포장해온 된장찌개를 데우고 있는데 아내가 말합니다.


어제는 된장찌개가 좀 싱겁더라~


내가 한마디 하였습니다. “어제 식당에서 굳이 찌개가 싱겁다고 꼭 말해야 했어?

아내 왈 “진짜로 좀 싱거웠어”

“주인아주머니가 당황하시잖아, 단골 식당인데”

아내 또 왈 “정말로 된장이 싱거웠다니깐”

아내는 집에서도 음식이 짜네 싱겁네, 밥이 되네 지네 등 지나치게 솔직히 말하곤 합니다. 어떤 때는 일부러 그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된장이 싱겁다고 말한다 한들 다음에 당신 입맛에 맞도록 해 줄 것도 아니잖아. 괜히 주인아주머니 기분만 상하게 하는 거지”

아내 또 왈 “어제는 된장이 정말로 싱거웠단 말이야”

드디어 나는 짜증을 냈습니다. “싱거우면 좀 싱거운 대로 먹고, 짜면 좀 짠 대로 먹으면 안 되나. 그리고 짜고 싱거움이란 순전 당신 기준이잖아”

그래도 아내는 또 “원래 그 집 된장이 맛있는데 왜 어제는 싱거웠지?” (어휴~~)

“당신이 지금 이 나이에도 남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사는 것은 남편 잘 만나고 아이들 잘 만나서 그런 거니 고마운 줄 알고 살아야 해”


아내는 바로 결혼한 딸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지원을 요청합니다.

딸이 하는 말 “엄마, 그런 것을 철이 없다고 하는데 엄마가 그런 면에선 좀 철이 없긴 하지. 나도 예전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는 편이었어요. 요즘에는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며칠 전에 출근하면서 택시를 이용했어요. 택시비를 카드로 결제하자 곧바로 남편으로부터 메시지가 날라 왔어요. 택시 너무 자주 이용한다고. 예전 같으면 참든지 아님 감정적인 반응을 했을 거예요. 하지만 남편의 성격과 그렇게 이야기하는 의미를 이해하고, 택시를 타야만 했던 그때의 상황을 잘 이야기하였어요”

아내가 맞장구를 칩니다. “맞아, 법륜스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어.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도 그렇겠구나 하고 인정해주고, 내 생각도 잘 이야기해서 이해시키라고”


아내는 항상 이렇습니다. 내가 올바른 이야기를 해도 인정하려고 하지 않다가 똑같은 이야기를 딸이 하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그런 딸을 자랑스러워합니다. 마치 딸이 자기 혼자만의 작품인 양.


마지막으로 딸에게 한마디 하며 대화를 마쳤습니다. 내가 엄마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면, 엄마의 투정을 다 받아주어 엄마가 철들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라고.


아내는 어제 식당에서 가져온 된장찌개를 다 먹었습니다.


“어제는 싱겁더니 오늘은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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