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여자랑 계속 살고 싶으세요?

by 이재현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후 두 달이 지났고, 17개의 글을 발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반가운 첫 댓글을 받았습니다.


저건 철이 없는 게 아니라 자기밖에 모르는 겁니다.
저런 여자랑 계속 살고 싶으세요?


내가 발행한 글 <여보, 나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 아니야>를 읽고 주신 댓글입니다.


아내는 자기밖에 모릅니다. 오늘도 나는 저녁상을 준비합니다. 아내는 방에서 무언가를 합니다. 아마도 카톡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녁 준비가 거의 되었기에 밥 먹자고 아내를 불렀습니다. 아내는 방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식탁에 앉습니다. 나는 아직 밥을 푸지 않았고 국도 푸질 않았습니다. 옆에 와서 한 가지쯤 거들었으면 했지만, 아내는 수저를 들고 밥이 대령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기 앞에 밥이 놓이자마자 바로 먹기 시작합니다. 좀 기다렸다 내가 식탁에 앉으면 함께 시작할 수도 있으련만.


아내는 자기가 나보다 똑똑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잔소리를 많이 합니다. 브런치에서 어제 내가 발행한 글을 읽었나 봅니다. 한 문장을 빼라는 것입니다. 그 문장이 자기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이유입니다. 좋은 충고입니다. 그러나 ‘그 문장이 없는 게 좋지 않을까’가 아니라 그냥 빼라는 식입니다. 나는 최대한 점잖게 부탁했습니다. 비평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하지 말아 달라고. 아내의 반응입니다. “싫어, 내 맘이야!”


이제는 그런 아내의 태도나 반응에 내 감정이 분노하지 않습니다. 순간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바로 피식 웃고 맙니다. 세월을 잘 견뎌낸 보답입니다. 참 웃지 못할 사건들도 많았습니다. 차를 타고 가던 도중에 차 안에서 다투었는데 너무 화가 나서 차를 세우고 나는 내렸고, 아내는 혼자 차를 몰고 가버렸습니다. 한적한 지방도로였습니다. 대책 없이 걷고 있는데 우연히 친구 부부가 지나가다 나를 발견하였습니다. 지금도 그 친구를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하며 배꼽을 잡습니다. 반대로 고속도로에서 내가 아내를 내려놓은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 톨게이트에서 그리 멀지 않아 아내는 걸어서 고속도로에서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참 뻔뻔합니다. 심하게 다투어 내 감정이 많이 상해 있습니다. 말도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러면 아내가 항상 먼저 말을 걸어옵니다.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나하고 말없이 지내면 본인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해달라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으니까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주 능청스럽게 다가옵니다. 상당히 실리적인 성격입니다. 아내의 이런 점 때문에 우리의 불편한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아내의 뻔뻔함이 나에겐 아내의 제일 큰 장점입니다.


아내는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제는 7번, 그제는 8번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별로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친구들 만났다 헤어지면서 전화하고, 여기서 신사동 가려면 버스 몇 번 타야 해, 미아리가 여기서 멀어, 그리고 또 무언가 생각나면 전화합니다.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말을 겁니다. 아마 하고 싶은 이야기를 미리 생각하고 집에 오는 모양입니다. “여보, 오늘 웃기는 일 있었어, 한번 들어 봐” 내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전혀 괘념치 않습니다. 그냥 이야기가 하고 싶어 죽을 지경입니다. 들어보면 별로 웃기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런 아내 덕분에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사는 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가 나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아내는 방송을 위한 인터뷰에서 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변하기 힘들다던데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더라고.” 아내의 핸드폰에는 내가 ‘내 사랑’이라고 저장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남편을 '웬수'라고 저장에 놓기도 한다는데. 나의 핸드폰에서 아내는 '반쪽'입니다. 자기밖에 모르든, 뻔뻔하든 아내는 언제나 나의 귀여운 반쪽입니다.


나는 이런 여자랑 앞으로도 계속 잘 살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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