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발 좀 주물러 줘” 아내는 곧잘 나에게 발을 만져 달라고 합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아내의 발을 만져 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발을 만져 주는 것이 싫지 않습니다, 아내가 편안해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남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이라는 의식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걸로 유래되어, 부부나 가족들의 발을 씻겨주는 의식입니다. 세족식의 의미는 단순히 발을 씻겨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모든 것을 마음으로 수용한다는 것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남다르게 발을 소중하게 대접합니다. 발은 신체의 맨 밑에 있으면서 몸의 체중을 받쳐주는 힘든 일을 합니다. 밖에 나가 활동하는 동안 발은 신발 안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합니다. 힘든 일을 하다 보니 땀도 많이 나고 또 냄새도 납니다. 나는 이런 발이 애처롭습니다. 그래서 나는 발에게 고마워하고, 발을 중요하게 대접해 줍니다.
집에 돌아오면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벗고 양말을 벗습니다. 나는 양말을 벗고는 구겨진 양말을 펴기위해 한두번 흔드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런 모습에 아내는 질겁을 합니다. 어느 가정에서는 현관에 들어오면서 양말을 벗어야지, 양말을 신고 거실에까지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온종일 발과 함께 고생하고 온 양말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 먼지가 묻었고 왜 냄새가 나겠습니까.
나는 발을 씻고 발에 있는 물기를 닦는데 얼굴을 닦는데 사용하였던 수건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이것 또한 아내의 지적사항입니다. 나는 아내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목욕 후 몸을 씻을 때 발은 다른 발수건으로 닦느냐고. 그리고 말합니다. 나는 당신이 발 닦았던 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는 것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고. 나는 근본적으로 발을 얼굴과 차별하는 것이 싫습니다.
오늘 아침에 세탁하려고 합니다. 세탁물이 많지 않아 속옷과 양말을 함께 세탁기에 넣어 돌려야 합니다. 아내의 표정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네요. 아내에게는 속옷과 양말을 함께 세탁한다는 것이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했습니다.
“여보 나는 당신 발 만져 주면서 '오늘 우리 미경씨 데리고 다니느라 수고 많았어요' 라고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