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광장동에 있는 맛집에서 아내와 함께 점심을 하였습니다. 만두와 국수를 주문하였습니다. 반찬 중에 두 종류의 김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원래 식탁에 비치되어 있어 마음대로 꺼내 먹을 수 있는 빨간색 김치였고 또 하나는 주 메뉴와 함께 나오는 백(색) 김치였습니다. 백색 김치가 맛이 좋았습니다. 평소 아내도 백김치를 좋아합니다.
곧 백김치가 떨어졌고 아내는 한 접시를 추가로 요청하였습니다. 한참을 먹던 아내는 나에게 "여보, 당신 이젠 저쪽 김치(빨간색 김치) 먹어" 하는 것입니다. 나는 금방 그 상황을 파악하였습니다. 아내는 백김치의 남은 양이 자기가 충분히 먹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한번 추가 요청하였던 고로 또 더 달라고 하기에는 미안하니 나를 더는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아내의 심보를 익히 알고 있기에 내색 없이 나는 백김치 한 접시를 더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두 번째 추가 요청이라 그런지 양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많이 먹도록 난 백김치 먹는 것을 조금 자제하였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갑자기 아내는 나에게 "당신도 저 김치(빨간색 김치) 먹지 말고 이 김치(백김치) 먹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이 상황을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백김치를 먹지 못하게 한 것을 못내 미안해하여 이제라도 백김치를 먹으라는 배려를 한 것이라고. 나도 그런 마음이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생각이 들까요. 이제는 다 못 먹을 것 같고, 두 번이나 추가를 시켰는데 남기면 욕먹을 것 같으니까 나보고 먹으라고 한 것이 아닌가. 식사를 마치고 나서 궁금하여 아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당신 아까 백김치 남을 것 같으니까 나에게 먹으라고 한 거지?” 아내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합니다.
“어, 당신은 아무거나 잘 먹잖아~”
아내는 내가 아무거나 잘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는 인정합니다. 아무거나 먹지는 않지만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입니다. 선천적인 면도 있겠지만 후천적인 면도 있습니다. 식사 후 남은 음식을 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음식을 만들면서 정성이 들어갑니다. 버리기가 아까워 가능하면 다 먹으려고 합니다. 심지어는 아내가 남긴 밥까지 먹습니다. 그래서 과식을 자주 합니다. 아내는 이런 나를 아무것이나 잘 먹는 사람으로 생각하나 봅니다.
"여보, 나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 아니야~"
나는 이렇게 이기적이고 철없는 아내 하고도 재미있게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