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된다는 것

by 이재현

얼마 전부터 허리의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다. 허리 양쪽이 뻐근한 게 영 개운치가 않아요. 예전 같았으면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고 나면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쉽게 회복이 안되네요. 혹시 허리에 이상이 생겼나 걱정이 되어 동네 정형외과를 방문하였습니다.


엑스레이 확인 결과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원인은 노화현상(?) 이랍니다. 노화현상이란 진단이 받아들이기가 참 애매합니다. 별다른 이상이 없다 하니 다행스럽기도 했지만,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고 그냥 이런 상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왠지 씁쓸합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당분간 물리치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하시네요. 약 40분 정도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의료 수가가 진료비, 엑스레이 검사비, 물리치료비를 포함하여 7천 원이 나왔습니다. 치료비가 그렇게 비싸지 않다는 생각을 하였고, 앞으로 몇 번 더 물리치료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물리치료 효과가 있는 것 같아 다음날 다시 병원에 가서 40분 정도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계산서를 보고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간호사에게 이 금액이 맞느냐고 확인을 부탁하였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65세 넘으셨잖아요!


내가 받아 든 40분간의 물리치료비는 자그마치(?) 1,600원이었습니다. 순간 치료비가 저렴하여 기쁘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창피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오늘도 물리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선뜻 갈 수가 없었습니다.


65세가 되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나도 지하철 무료 이용 카드를 발급받으려고 주민센터를 방문하였습니다. 서류를 작성하는 동안 한 직원이 옆에 서서 여기에 주소를 적으시고, 여기에는 핸드폰 번호, 이곳엔 생년월일을 적으라고 아주 세세하게 알려주네요. 예전엔 받아보지 못했던, 나에게는 아주 생소한 친절이었습니다. '아직은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지하철을 탑니다. 친구들은 아직도 노약자 우대석에 앉는 것을 꺼려합니다. 아직 우리 나이는 그곳에 앉기에 자존심이 좀 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노약자석에 앉기로 하였습니다. 만약 내가 일반석에 앉으면 낮에 힘들게 일하고 피곤한 젊은이 한 사람이 서서 가게 됩니다. 이제 그들에게 내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합니다.


몇 년 전에 보았던 ‘인턴’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70세 노인 벤(Ben)은 온라인 패션 회사의 인턴입니다. 영화 속 상황에서 그의 역할(인턴)은 주연이 아니고 조연이지만, 영화의 전체 스토리에서 그는 주연입니다. 이제는 저도 길을 비켜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데 장애가 되지 말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요. 사회에서 주연이 아닌 조연의 역할도 멋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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