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by 이재현

나이 60을 넘어서며 지난 세월을 돌아봅니다.

참 복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훌륭하신 부모님 덕으로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습니다. 당시에는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나는 평생을 경동인 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현명한 아내를 만났습니다. 똑똑한 딸과 우직한 아들을 얻었고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간직하고픈 경험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제는 자신들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 힘든 시간들도 있었지만 좋은 친구들이 있었기에 잘 견뎌 낼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많은 빚을 지었습니다.


이제 무엇을 하지.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이야기되는 화제 중 “인생 100세” 가 대세입니다. 80세까지 산다고 해도 20년이라는 시간이 앞에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나의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모교 총동창회에서 후배들에게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침 나에겐 아이들과 함께 한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고 그 경험들을 후배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경동 멘토링 리더십 프로그램이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나의 사명은 노력 없이 성공하려는 마음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도전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나의 꿈은 물리치료사입니다. 대학에서는 물리치료를 전공하고 졸업 전에 자격증을 따며(26세) 졸업 후 병원에 취업을 하겠습니다(27세). 꿈이 현실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학기에는 전교 15등 안에, 2학기에는 8등 안에 들겠습니다. 휴대폰과 컴퓨터는 끊고 책을 1년에 10권을 읽겠으며 절대로 중간에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직업을 이야기하지 않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겠습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한 후배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한 달에 한 번 만나며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합니다. 토론 진행도 그들이 하고 나는 한 사람의 토론자로 참여합니다. 그동안 ‘통일’ ‘연명치료’ ‘동성애’ 등을 주제로 토론하였습니다. 또 매년 하나의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금년에는 자신의 계획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을 영상에 담아보기로 하였습니다. 10월에는 제작한 동영상을 친구들과 함께 공유할 기회를 가져보려 합니다. 3학년 1명, 2학년 7명, 총 8명으로 구성된 이 멘토링 모임을 그들은 ‘파란 리본’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파란(破卵)은 알을 깬다는 뜻이고 리본(reborn)은 다시 태어난다는 뜻으로 자기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리더로 성장해 나아갈 것입니다.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내 앞에서 걸어가지 마라, 나는 따라가지 않을 테니.
내 뒤를 따라오지 마라, 나는 이끌지 않을 테니.
내 옆에서 걸으며 친구가 되어다오.


그들에게는 이미 무한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나의 역할은 옆에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금년에 새로 입학한 1학년 후배들을 대상으로 파란 리본 2기를 운용하려 합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멘토링(1기)도 계속될 것입니다. 내년에는 3기, 후년에는 4기, 이렇게 앞으로 10년 동안 계속되는 것이 나의 목표입니다. 10년 후 파란 리본 1기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면 11기 후배들의 멘토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부터는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젊은 후배(65회)가 주니어 멘토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파란 리본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모교의 훌륭한 전통이 되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러면 나도 세상에 진 빚을 조금은 덜고 간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위의 글은 2016년에 모교 총동창회에서 발행하는 잡지 ‘동인랑’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을 때(2015년) 고교 1학년이었던 우열이는 자기의 꿈을 찾아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안부 전화도 오고, 방학에는 찾아오기도 합니다. 아내는 이런 나를 부러워하네요. 자기는 20년이나 교사를 했음에도 찾아오는 제자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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