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나를 존경한다네요

by 이재현

2010년에 아내가 써 놓았던 글을 찾았습니다.


나는 신랑을 존경한다. 깊이 신뢰한다.


나는 요즘 아이들이 바르게 커 준 것에 무척 안도한다. 내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나를 키우는 것은 자신의 사회에 대한 의무라고.


나도 늘 생각했다. 내가 크게 사회에 이로운 일을 하지 못 하더라도 아이들을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키워서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하는 것이라고.


나는 이제 그 책임은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태어나서 적어도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했다는. 책임은 했다는 뿌듯함.


그것을 하는데 내 힘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아이를 낳고 교육하는 일은 엄청 힘이 들고 노력이 필요한 것이었다. 나와 어머니의 온 힘과 정성과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도 모자라는 것. 이것이 80%였다면 신랑의 순간순간의 올바른 판단. 절제. 격려가 20% 보태져서.


그런데 이 20%는 80%의 방향이었다. 아무리 80%가 있어도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갈 수 없는 것이었다는 생각이다. 이 20%는 80%가 제 역할 속에서 빛이 나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것.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다.


첫 아이인 딸을 학원을 보내기 위해 딸과 나는 며칠을 아빠와 싸웠지만 우리는 결국 학원을 갈 수 없었다. 우리는 그 후로 학원은 말도 꺼낼 수 없었고 그냥 무조건 스스로 알아서 해야만 했다. 지금도 새로운 공부를 하려면 책을 산다. 어디에서 배울까? 이런 것들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디 가서 배워 본 적이 없으므로. 학교 시험 이런 것들로 할아버지 댁에 안 간다거나 이런 것들은 우리는 일찍 포기했다.


삶의 기본, 도리, 이런 것들은 현실의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음을 나와 아이들은 일찍 알았다. 아빠의 논리를 이길 수 없었으므로. 그런 것들은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내겐 힘이 많이 들었다. 나는 신랑과 다른 생각이었으므로.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말했으므로.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미래가 불확실했으므로.


지금 나는 감사한다. 모든 것이 너무나 잘됐음을. 그리고 바른 방향이었음을. 그 판단들이 용기 있는 것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렇게 방향을 잡아준 신랑에게 감사하고 신뢰와 존경이 뿌리내렸다. 나와 아이들에게. 마음엔 있었지만 표현은 처음 해본다. 혹시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알려보고 싶은 생각이 요즈음 든다. 한편으로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10.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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