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깼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코를 신나게 골며 자고 있고 시간을 보니 새벽 2시네요. 나는 아내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합니다. '잠을 곤히 잘 자고 있구나'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어제 창공 모임(글쓰기 모임)에서 나누었던 말들이 떠오릅니다. 잠을 계속 잘 것 같지가 않아 안경과 핸드폰을 챙겨 조용히 나왔습니다. 옆방으로 와서 책상에 앉았습니다.
책상 위에 ‘백 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이 보여 책을 펴니 ‘성공하면 행복할까’라는 글이 보이네요. 마침 어제 모임에서 행복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 50대 두근 님의 글을 합평하면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해 보았기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성공하면 행복할까 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컴퓨터를 뒤적이다 2008년 5월에 쓴 글을 찾았습니다.
<나는 50대의 성공한 남자>
난 오십 대 중반의 남자로서 오늘 감히 내 삶에 성공이란 두 글자를 주려 한다. 내가 성공했다고 스스로 인정해 주는 것은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먼저 나 자신과의 관계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것이다. 그 일을 위하여 오랫동안 준비해 왔으며 지금 그 방향을 향하여 즐겁게 도전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는 자유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숙해져야 한다는 것이고, 그 과정은 정신적 성장이 될 것이다.
다음은 아내와의 관계이다. 아내는 아직도 나를 많이 좋아한다. 하루에 평균 5번은 나에게 전화를 한다. '어디야?' '뭐해?' '언제 들어가?'냐며 전화하고, 속상하면 전화하고, 자랑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전화하고, 아무것도 없으면 그냥 전화한다. 그러면 남들은 남편이 돈을 잘 벌겠지 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현재 기초 생활비 (내 계산) 정도만 겨우 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집에는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과 아들이 있다. 다른 사람의 경제적 도움 없이 아내가 순전히 그 비용을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내를 진정으로 인정하고, 아내에게 고마워하며, 또 아내가 자신이 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아내로부터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당신은 우리 집의 정신적 지주예요. 항상 삶의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아이들과의 관계이다. 나는 이제 아이들에 대해서 많이 편안해졌다. 난 그들이 자신의 삶을 잘 만들어 갈 것을 믿는다. 이제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힘들 때 그것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일어나기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일일 것이다. 그들이 나를 신뢰하도록 나도 그들에게 내 삶으로 보여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친구들과의 관계이다. 나는 내가 힘들 때 찾아갈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그들은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어 편안하다. 나도 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한다. 지금까지는 잘 살아왔다고. 그러나 우리 앞에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 길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기에 또한 기대도 크다.
그리고 10년 후인 2018년에 쓴 글도 찾았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65세의 남성입니다. 지금까지 인생을 잘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죽는다 해도 후회는 없습니다.
내가 행복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가?
- 나는 잠을 잘 잔다.
- 나는 가족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 나는 가깝게 지내는 이웃(주로 친구들)에게 편안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 난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아지도록 항상 노력한다, 나는 이것을 나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 이런 내가 나는 좋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의 반대는 무엇일까요?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불행은 행복하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는 그것을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엔 적어도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없었습니다.
우리 세대가 극복해야 하는 두려움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 성공하지 못했음에 대한 후회
-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 남자의 역할 상실에 대한 두려움
- 죽음에 대한 두려움
요즘 이러저러한 죽음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죽음은 바로 잊히고 또 어떤 죽음은 긴 여운을 납깁니다. 나의 죽음은 어떠할까? 아니 나의 삶은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남길까? 해서 이참에 나의 삶에 대하여 정리를 해 보려 합니다.
오늘은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으로 생각을 열어 보았습니다.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마지막 장면의 대화입니다.
“그의 마지막을 함께 했나?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말해다오”
“예,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두 글을 비교해 보니 같은 내용을 나는 55세에는 성공이라고 말했고, 65세에는 행복이라고 말했네요. 성공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렇다가 되는군요.
아내는 아직도 코를 골며 잘 자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에게 이야기해 줄 것입니다. “당신 새벽에 코 골아 가면서 잠 잘 자던데. 되게 부럽더라”. 그 말에 아내는 “정말 내가 그렇게 코 골며 잘 잤어?” 하며 행복해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