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by 이재현

며칠 전 아내가 퇴근하면서 나에게 이야기합니다. “여보, 오늘 회사에서 웃기는 일 있었다”


아내는 나에게 곧잘 웃기는 이야기라며 들어보라곤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아내의 ‘웃기는 이야기’가 실제로 나를 웃겼는가는 별로 기억에 없습니다. “무슨 일인데?” 나는 크게 기대하지 않으며 물었습니다. “당신도 기억하지, 지난번에 회사에서 단체로 주문한 마스크?” “기억하지” 나는 대답했습니다. “그거 사기당했어.” 허걱~


며칠 전 아내가 지인과 통화하는 이야기를 옆에서 들었습니다. 자기 회사에서 마스크를 단체로 주문하니 필요하면 지인에게도 주문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100개를 사달라고 요청하는 것 같았고, 단체로 주문받는 사람의 통장번호도 알려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과 전화를 마치고 나서 다른 지인에게도 똑같은 제안을 하였고, 그 사람에게도 마스크 100개를 주문할 수 있도록 통장번호를 알려 주었습니다. 나는 옆에서 통화를 들으면서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지금 전국적으로 마스크 공급량이 부족하여 구매 요일제를 하니, 배급제를 하니 하는 마스크 비상시국인데 어떻게 한 사람이 마스크를 몇 백개씩 구입할 수가 있을까? 그것도 한 두 사람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아내에게 내 의견을 말하고 싶었으나 분명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퇴박 줄 것이 뻔하여 그만두었습니다. 또 회사에서 단체로 주문을 한다니까 어느 정도는 신뢰하였습니다.


“당신도 주문했잖아?”

“나는 주문 안 했어”

“그럼 지난번에 주문하라고 한 00 엄마하고, 00 엄마는 주문했대?”

“어, 주문했대”

“그럼 그 돈은 누가 물어주어야 돼?”

“내가 소개시켜 줬으니 내가 물어 줘야지.”

“그럼 사기당한 사람은 당신이네”

“어, 글쎄 700개 주문한 사람도 있어!”


오늘도 집 근처 약국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마스크를 사려는 직장인들입니다. 20분 동안 줄을 서는 수고를 하고 나서 살 수 있는 마스크는 단 두 장뿐입니다. 이것이 착한 시민들의 모습입니다. 우리도 마스크를 사려면 이런 수고를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대신 쉽게 많은 양을 구할 수 있는 길을 택했던 것입니다. 이런 욕심에 대한 조그만 죄책감도 없이.


우리가 구매하려고 한 방법처럼 유통되는 마스크는 모두 불법 제품입니다. 지금과 같은 마스크 비상상황에서는 정상적인 제품을 그렇게 많이 구입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밀수된 것이든 아님 판매가 허가되지 않은 제품인 것들입니다. 불량품 판정을 받은 마스크가 폐기장으로 가는 과정에서 빼돌려져 시장에 유통되었다는 내용을 뉴스에서 보았습니다. 또 상품을 그런 방법으로 구매하는 행위도 불법입니다. 불법 제품인 것을 미처 몰랐다 하더라도요.


우리는 평상시에도 이런 불법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종종 저지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마도 불량품(?) 마스크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구매하려다가 사기를 당한 것인가 봅니다. 그리고 그 사기를 친 사람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불법을 저지르고는 합법적으로 해결해 달라고 경찰에 고발한 셈이 되네요.


왜 아내는 우리가 사용할 마스크는 주문을 안 했는지 참 궁금합니다. 결과적으로 덕분에 피해를 덜 보게 되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암튼 이번에 치른 대가가 앞으로는 공짜 바라지 말고, 좀 더 도덕적이고 현명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경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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