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기차를 탈걸

알래스카 스캐그웨이까지 갔으면서..

by 연주신쥬디

알래스카 항구 중 스캐그웨이(Skagway)는 소박한 항구 마을이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건 낡은 철길과 기차였다. 현대식 기차가 아니라 마치 만화 '토마스 기차'처럼 앞이 둥글고 고전적인 기차 모양새를 한 빨간 기차. 바로 스캐그웨이의 시그니처 관광, 화이트 패스 '유콘 루트 기차(White Pass Yukon Pass)'였다. 이 기차를 타기 위해 Skagway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승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유명한 코스였다.

19세기말, 금광을 찾아 캐나다 유콘 지역으로 가는 사람들을 위해 바위산에 길을 낸 역사적인 철도라고 하는데, 당시 나는 이런 배경지식이 전혀 없었다. 궁금해할 법도 한데, 그저 '기차가 있네' 정도의 무덤덤한 생각만 하고 어떤 기차인지, 어디로 가는지, 사람들이 왜 타는지 의문을 갖지 않았던 나 자신이 후회스럽다 못해, 어쩜 그렇게 호기심이 없었는지 신기할 정도다.


아마 주변 친구들의 "기차 투어 별거 아니야~ 비싸고 딱히 볼 거 없어~"라는 무심한 한마디에 섣불리 관심을 꺼버렸던 것 같다. 그리고 후회스럽게도, 당시 나는 최대한 월급을 모으고자 관광상품에 지출하는 것을 극도로 아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유일하고도 가장 큰 후회거리다. 관광했어도 충분히 돈은 모았을 텐데.. 뭘 그렇게 악착같이 아끼기만 했는지, 과거의 나를 뜯어말리고 싶다.


스캐그웨이에 일곱 번 정도 내렸는데, 그때마다 나는 나만의 (저렴한) 방식으로 그곳을 누볐다. 브로드웨이 거리라고 불리는 알록달록한 목조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에서 연극을 보기도 했고, 등산을 하기도 했다. 한 번은 등산 중에 All-aboard time(승선 마감 시간)이 촉박해서 미끄러운 진흙길을 질주하듯 내려온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땐 정말 아찔했다.



나는 snowcap(만년설)이라는 영어 단어를 좋아한다. 산봉우리가 '눈모자'를 쓴 것 같다는 표현이 무척 귀엽기 때문이다.

유명한 기차여행을 다녀왔더라면 다른 풍경으로 이 페이지를 채웠겠지만, 눈모자를 쓴 뾰족한 산에 둘러싸여 묵묵히 승객들을 기다리는 Zaandam의 뒷모습을 스케치북에 담았다. 이땐 크루즈 피아니스트 초반 시기라 배의 다양한 각도를 그리는 게 재미있기도 했고, 조용히 정박해 있는 배를 보면 '이 멋진 배가 내 일터이자 집이구나'하는 마음이 들며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알래스카에 또 갈 기회가 있다면 그땐 돈 좀 쓸 생각으로 여행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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