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 로버츠(Mount Roberts) 정상에서 바라본 대자연
알래스카의 수도 주노(Juneau)는 이름값만큼이나 크루즈 항해 중 가장 번화하고 활기찬 기항지였다.
크루즈 직원들이 놀만한 곳도 있었고, 셔틀버스를 타고 생필품을 사러 월마트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기항지였다. 나도 샴푸를 사러 월마트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크루즈에는 없는 과자를 사야만 할 것 같은 끌림에 미국 스낵을 한가득 사 오기도 했다.
이렇게 주노에 내리면 월마트 쇼핑도 하고, 초밥집도 가고, 크루들이 모여 노는 Vikings Bar도 있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알래스카의 대자연을 몸소 체험하는 게 주노가 주는 진정한 선물이었다.
친구들과 함께한 Mount Roberts(마운트 로버츠) 등산은 웃음으로 가득한 트래킹이었다.
쌀쌀한 날씨에 대비해 옷을 여러 겹 입고 출발했지만, 햇살 가득한 흙길을 깔깔거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겉옷은 허리춤에 묶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고지를 향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침엽수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곳곳에 얕게 쌓인 눈을 보며 호주에서 온 친구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눈이라며 눈밭에서 뒹굴기도 했다. 그렇게 순수한 아이들처럼 숲길을 걷다 보니 정상에 다다랐다.
정상에서의 풍경은 압도적이었다. 만년설 덮인 산맥 사이를 흐르는 투명한 빙하수, 그리고 저 멀리 장난감 보트처럼 작게 떠 있는 우리 크루즈.
최대한 이 모든 걸 눈으로 담았고, 감사함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영화 Sound of Music 대표 사진 줄리아 로버츠처럼 대자연 속에서 양팔을 쭉 뻗은 포즈로 사진도 남겼다. 지금도 내가 가장 아끼는 알래스카 기념사진 중 하나다.
그날 산 위에서 바로 스케치북을 펼치지는 못했다.
친구들과 함께 부지런히 이동해야 했을뿐더러 빽빽한 숲과 웅장한 능선을 짧은 시간 안에 스케치로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의 감동을 기억하고자 내 운동화가 빼꼼 출연한 풍경 사진을 뒤늦게 스케치로 옮겼다.
정돈되지 않은 선이지만 잎이 작은 나무들, 시원하게 흐르는 빙하수, 항구와 작은 마을, 건너편에 보이는 만년설까지 정성껏 스케치북에 담았다.
2015년 Zaandam호를 타고 누볐던 알래스카 항해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브런치북에서 확인해 보세요. [브런치북: 크루즈 피아니스트 in 알래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