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객들은 잘 모르는 진짜 핫스팟은 바로..
2015/6/24
벌써 6월 24일이라니..!!!! 베짱이 라이프 한 달 남았네 ㅠㅠ 벌써 아쉽다.
기필코 Haines에서 자전거를 타겠다는 계획을 오늘 드디어 이루었다!
날씨가 언빌리버블 하게 좋아서 신나게 라이딩을 했는데 언덕이 왜 그렇게 많은지ㅠㅠ 오르막길에선 거의 자전거랑 나란히 걸었다^^ 조금 가다 보니 hiking trail이 있어서 자전거 묶어놓고 또 산타기 ㅠ.ㅠ 하.
오늘 아침 드디어 알 배긴 거 풀렸는데 내일 또 아프겠다.
열심히 라이딩+하이킹 후에 예쁜 에메랄드 색 바닷가에 다다랐다.
파란 바다랑 만년설 덮인 산은 매일 보지만 날씨 좋은 날이 드물어서 오늘같이 맑은 날은 꿈속인 것처럼 예쁘다.
같이 간 데이빗이랑 도미닉은 절벽에서 다이빙을 할 거라며 수건이랑 준비물을 다 챙겨갔다.ㅋㅋㅋㅋ
으악.. 그 높은 데서 그 차가운 물에!!!ㅋㅋㅋ 용감한 데이빗은 쿨하게 다이빙했지만, 도미닉은 긴 망설임 끝에 몸을 던졌다.ㅋㅋㅋ 엄청 시크한 아저씨 인상이었는데 알고 보면 꼬마 캐릭터인 웃긴 도미닉ㅋㅋㅋㅋㅋㅋ
그리고 friendly picture는 잊을 수 없는 베스트샷이다. 떠나기 전에 사진 프린트해서 주고 가야지. 다시 생각해도 웃기다.
자전거 나들이를 마치고 apple cider를 꼴깍~ 그리고 배로 돌아와서 연어랑 해산물을 와구와구 먹고 Chris Michaels 공연하고나니 하루가 끝이 났네.ㅎㅎ 하루종일 논 것 같지만 일도 했다^^
정말 정말 굿데이~ 날씨가 좋으면 나는 몇 배로 더 해피~~~~
완전 미국 문화인 크루즈에서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미국 노래들을 연주하고, 한국인 하나 없는 커뮤니티에서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 나를 돌아보면 솔직히 나 자신을 토닥토닥 칭찬해주고 싶다. 뿌듯 뿌듯.
8년 전, 한국에서 가장 재밌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자 백인들이 가득한 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은 내 기억에 거의 존재하지 않을 만큼 재미없고 힘들었다.
그 학교 애들이 날 기억한다면, 갑자기 나타난 말 없고 잘 웃지도 않는 에이시안 걸 정도로만 기억할 것이다. 날 기억하는 애들도 거의 없을 테고ㅋ 친한 친구들 소수를 제외하곤 거의 경계하다시피 거리를 뒀고 친해져야 할 이유도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진짜 말 그대로 수. 업. 들. 으. 러. 학교에 다녔다. 내 원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3년 동안은 내가 아닌 모습으로 학교를 다닌 것 같다.
대학 시절엔 내 모습을 되찾아 사교적이게 잘 지냈지만, 미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이랑 더 가까웠고 미국 문화나 미국사람들을 생각보다 많이 접하지 않았다. 미국문화는 가까운 듯 하지만 멀고 내가 그 안에서 100%의 소속감을 갖는 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또, 악보에 음표 없이 코드만 있으면 그것만큼 두려운 게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대체 뭘 치라는 건지, 왜 음표가 없는지, 이게 악보인 건지, 클래식 악보가 아닌 건 모두 멘붕 폭탄이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라는 바운더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된 건 큰 터닝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또한 내 의지보다는 자연스럽게 transition이 이루어진 게 감사하다.
어쨌든, 첫 사회생활인 이 일을 통해 내가 어렵게 느끼던 두 가지가 더 이상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있다. 미국인들 속에서, 매일 새로운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 뮤지션. 이 순간이 오기까지 견뎌야 했던 것들도, 힘든 것도 많았다. 물론 힘든 줄 모르고 지나간 게 대부분이긴 하다.. 예민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음악이나 미국생활이 어려워서 울고불고한 적도 없고 (가끔 짜증은 좀 났지만 ㅋㅋㅋ) 모든 과정 속에서 즐거운 기억만 주로 남았다. 3개월의 크루즈 또한 내 20대의 one of the best memories로 남을 것이고, 이 안에서 배우고 성장함으로써, 또 다른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새로운 내가 되길 기대한다! 신난다!
크루즈 루트 일주일 중 한 번은 Glacier Bay 구경하는 날이다. 내리지 않고 배에서 빙하를 보는 건데, 벌써 몇 번이나 본 내겐 이제 새로운 광경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세상이 가진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과연 내가 얼마나 볼 수 있을까, 그것들이 훼손되지 않고 잘 keep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다.
Gym은 전경이 시원하게 보이는 곳이라 트레드밀 뛸 맛이 나는 곳이다. 사람들은 빙하 보려고 bow(뱃머리)에도 나가고 라운지 등 여기저기 핫 스팟을 찾는데, 사실 front view는 gym에서 제일 편히 볼 수 있다. 북적이지도 않고, 비바람 불어도 상관없는 곳 ㅋㅋㅋㅋ 통유리창은 또 얼마나 깨끗한지!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만 아는 꿀팁^^v
트레드밀 뛰다가 빙하 앞에서 크루즈가 정차(?) 했길래 영상을 찍고 있는데 마침 빙하가 녹아 우르르 무너지는 걸 캡처했다!
크루즈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갔을 때,
흑백으로 그리는 여행스케치로 빙하를 남기기엔 너무 아쉬워서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알래스카의 빙하를 작품으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