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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신쥬디 Apr 01. 2024

알래스카의 꽃, 빙하를 매주 마주하다

크루즈 승객들은 잘 모르는 진짜 핫스팟은 바로..

2015/6/24

벌써 6월 24일이라니..!!!! 베짱이 라이프 한 달 남았네 ㅠㅠ 벌써 아쉽다.

기필코 Haines에서 자전거를 타겠다는 계획을 오늘 드디어 이루었다!

날씨가 언빌리버블 하게 좋아서 신나게 라이딩을 했는데 언덕이 왜 그렇게 많은지ㅠㅠ 오르막길에선 거의 자전거랑 나란히 걸었다^^ 조금 가다 보니 hiking trail이 있어서 자전거 묶어놓고 또 산타기 ㅠ.ㅠ 하.

오늘 아침 드디어 알 배긴 거 풀렸는데 내일 또 아프겠다.

열심히 라이딩+하이킹 후에 예쁜 에메랄드 색 바닷가에 다다랐다. 

파란 바다랑 만년설 덮인 산은 매일 보지만 날씨 좋은 날이 드물어서 오늘같이 맑은 날은 꿈속인 것처럼 예쁘다.


같이 간 데이빗이랑 도미닉은 절벽에서 다이빙을 할 거라며 수건이랑 준비물을 다 챙겨갔다.ㅋㅋㅋㅋ

으악.. 그 높은 데서 그 차가운 물에!!!ㅋㅋㅋ 용감한 데이빗은 쿨하게 다이빙했지만, 도미닉은 긴 망설임 끝에 몸을 던졌다.ㅋㅋㅋ 엄청 시크한 아저씨 인상이었는데 알고 보면 꼬마 캐릭터인 웃긴 도미닉ㅋㅋㅋㅋㅋㅋ

빙하수에 다이빙한 English mates, Dom & David

그리고 friendly picture는 잊을 수 없는 베스트샷이다. 떠나기 전에 사진 프린트해서 주고 가야지. 다시 생각해도 웃기다.


자전거 나들이를 마치고 apple cider를 꼴깍~ 그리고 배로 돌아와서 연어랑 해산물을 와구와구 먹고 Chris Michaels 공연하고나니 하루가 끝이 났네.ㅎㅎ 하루종일 논 것 같지만 일도 했다^^

정말 정말 굿데이~ 날씨가 좋으면 나는 몇 배로 더 해피~~~~


완전 미국 문화인 크루즈에서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미국 노래들을 연주하고, 한국인 하나 없는 커뮤니티에서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 나를 돌아보면 솔직히 나 자신을 토닥토닥 칭찬해주고 싶다. 뿌듯 뿌듯.

8년 전, 한국에서 가장 재밌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자 백인들이 가득한 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은 내 기억에 거의 존재하지 않을 만큼 재미없고 힘들었다.

그 학교 애들이 날 기억한다면, 갑자기 나타난 말 없고 잘 웃지도 않는 에이시안 걸 정도로만 기억할 것이다. 날 기억하는 애들도 거의 없을 테고ㅋ 친한 친구들 소수를 제외하곤 거의 경계하다시피 거리를 뒀고 친해져야 할 이유도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진짜 말 그대로 수. 업. 들. 으. 러. 학교에 다녔다. 내 원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3년 동안은 내가 아닌 모습으로 학교를 다닌 것 같다.

대학 시절엔 내 모습을 되찾아 사교적이게 잘 지냈지만, 미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이랑 더 가까웠고 미국 문화나 미국사람들을 생각보다 많이 접하지 않았다. 미국문화는 가까운 듯 하지만 멀고 내가 그 안에서 100%의 소속감을 갖는 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또, 악보에 음표 없이 코드만 있으면 그것만큼 두려운 게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대체 뭘 치라는 건지, 왜 음표가 없는지, 이게 악보인 건지, 클래식 악보가 아닌 건 모두 멘붕 폭탄이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라는 바운더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된 건 큰 터닝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또한 내 의지보다는 자연스럽게 transition이 이루어진 게 감사하다.

어쨌든, 첫 사회생활인 이 일을 통해 내가 어렵게 느끼던 두 가지가 더 이상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있다. 미국인들 속에서, 매일 새로운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 뮤지션. 이 순간이 오기까지 견뎌야 했던 것들도, 힘든 것도 많았다. 물론 힘든 줄 모르고 지나간 게 대부분이긴 하다.. 예민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음악이나 미국생활이 어려워서 울고불고한 적도 없고 (가끔 짜증은 좀 났지만 ㅋㅋㅋ) 모든 과정 속에서 즐거운 기억만 주로 남았다. 3개월의 크루즈 또한 내 20대의 one of the best memories로 남을 것이고, 이 안에서 배우고 성장함으로써, 또 다른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새로운 내가 되길 기대한다! 신난다!



크루즈 루트 일주일 중 한 번은 Glacier Bay 구경하는 날이다. 내리지 않고 배에서 빙하를 보는 건데, 벌써 몇 번이나 본 내겐 이제 새로운 광경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세상이 가진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과연 내가 얼마나 볼 수 있을까, 그것들이 훼손되지 않고 잘 keep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다.

Glacier Bay를 여러번 지나갔지만 이렇게 맑은 날은 흔치 않았다.

Gym은 전경이 시원하게 보이는 곳이라 트레드밀 뛸 맛이 나는 곳이다. 사람들은 빙하 보려고 bow(뱃머리)에도 나가고 라운지 등 여기저기 핫 스팟을 찾는데, 사실 front view는 gym에서 제일 편히 볼 수 있다. 북적이지도 않고, 비바람 불어도 상관없는 곳 ㅋㅋㅋㅋ 통유리창은 또 얼마나 깨끗한지!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만 아는 꿀팁^^v

트레드밀 뛰다가 빙하 앞에서 크루즈가 정차(?) 했길래 영상을 찍고 있는데 마침 빙하가 녹아 우르르 무너지는 걸 캡처했다!

Gym에서 목격한 무너지는 빙하. 녹지 마...ㅠㅠ


이렇게 안개가 자욱한 날들이 많았다.
알래스카의 꽃, Glacier Bay 항해하는 타임랩스 (이 또한 gym에서 운동하는 동안 촬영했다)


크루즈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갔을 때,

흑백으로 그리는 여행스케치로 빙하를 남기기엔 너무 아쉬워서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알래스카의 빙하를 작품으로 남겼다.

이 그림을 그린 지 9년이 지난 지금, 저 빙하는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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