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항구 도장깨기
말라가에 이어 스페인 남부 항구에 도착했다. 카르타헤나(Cartagena)는 처음 들어보는 도시였다.
그라나다처럼 유명한 남부 도시는 아니라 큰 기대 없이 크루즈에서 내렸다.
카르타헤나는 로미 제국의 중요한 항구였고, 지금도 그때의 유적이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명소는 로마 원형극장인데, 항구에서 멀지 않아서 뚜벅이로 구경하러 갈 수 있었다.
원형극장 가는 길에 마주한 “Cartagena” 간판…?
공사판 가림막 용도로 대충 만든 것 같지만 나름 랜드마크니까 사진으로 남겨봤다.
의외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거일 수도…?
공사판인인지 유적지의 일부인지 모르겠는 칙칙한 길을 지나 원형극장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 원형극장은 기원전 1세기쯤,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기에 지어졌다가 이후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1988년부터 복원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띠고 있다.
에이~ 난 또 옛날 거 그대로 보존한 줄 알았는데, 리메이크였어..? 조금 실망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런 시설을 그 옛날에 만들었었구나~ 대단했네~ 영혼 없는 감탄과 함께 영상과 사진으로 남겼다.
돌 유적지에 크게 흥미 없는 편….
내 진짜 관심거리는 이런 스페인 로컬 맛집이지.
이런 따뜻한 색감과 꽃이 어우러진 음식점!
투박한 듯싶으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유럽의 카페는 참 정겹다.
테라스도 있고 날씨도 좋으니 오늘은 여기다! 싶어 베프와 간단하게 tapas로 끼니를 때웠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핀쵸!
스페인에 살 땐 사실 많이 안 먹었는데, 이렇게 여행 와서 먹으니 훨씬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구나.
크루즈에서 매 끼니를 풍성하게 공짜로 먹으니 나와서 음식에 돈을 잘 안 쓰지만, 이건 먹어줘야지~
베프와 나는 이런 점에서도 참 잘 맞았다.
돈 씀씀이에 대한 가치관이 같이 여행할 땐 참 중요한데, 검소한 우리는 어디에 얼마큼을 쓸지에 대해 단 한 번도 트러블이 없었다.
크루즈 직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크루즈 안에선 돈 쓸 일 거의 없으니 밖에서 펑펑 쓰는 파 vs 크루즈에서 다 공짜니까 굳이 밖에서 돈 많이 쓰지 말자 파
사실 엔터테인먼트 계열 직원들은 전자에 속하는 친구들이 더 많았다.
크루즈에선 술이 싸니까 많이 마시느라 돈 쓰고, 밖에선 비싼 맛이 좋아서 돈 쓰고..?
반면 너무 짠돌이 짠순이 같은 친구들도 종종 있었다.
뭐… your choice :)
베프와 나는 검소하지만 알차게 소비하며 다녔다!
카르타헤나 시내를 활보했다.
건축물 하나하나가 참 예뻤다. 어렸을 때 갖고 싶었던 인형의 집 세트가 딱 이런 모형이었는데…
도시 한복판에 있는 회전목마에 마침 머리에 리본을 단 소녀가 타고 있다니, 너무 귀엽잖아!
맑은 하늘,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 곳곳에서 풍기는 커피와 빵의 향기까지 어우러져 활기가 가득한 시내였다.
큰 도시였다면 관광객으로 북적였을 텐데 카르타헤나는 크루즈에서 내린 관광객 외에는 많이 없는 듯했다.
하와이에서 봤던 자이언트 반얀트리를 여기서도 보았다.
이 나무를 지키기 위해 나무 주변으로만 건물을 지은 거겠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빅터를 마주쳤다.
빅터는 다섯 명의 남자 댄서 중 유일하게 게이가 아닌 러시아 출신 댄서다.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라 그런 건지, 영어가 부족해서 그런 건지, 둘 다 때문인지, 빅터는 캐스트(싱어&댄서)들과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대신 에너지 레벨이 비슷한 나 & 내 베프와 결이 더 맞았다. 셋이 정말 많이 친해졌고 지금까지도 종종 소식을 주고받는 소중한 친구다.
이 날은 오렌지 양말로 패션에 포인트를 줬나? ㅋㅋ
빅터 뒤엔 밴드의 베이시스트 아구스틴! 삼촌 같은 아구스틴 ㅋㅋ
포즈를 취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더니만 빅터가 이런 타임랩스 영상을 찍어줬다.
ㅋㅋㅋㅋㅋㅋㅋ
스페인은 강아지들도 패션에 진심이다(?)
입마개 한 게 조금 안쓰러웠지만 대형견이니 펫티켓을 지키는구나..!
카르타헤나 시내 구경을 끝내고 크루즈로 복귀!
공연 땐 올 블랙을 입어야 하는데, 난 올블랙 입는 게 참.. 싫다… 밝은 걸 입었을 때 좀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시커먼 공연 복 입고, 공연 끝나고 터벅터벅 나오는 길에 갑자기 스태프들이 장미꽃 몇 송이를 베프와 나에게 줬다.
갑자기???? ㅋㅋㅋㅋㅋ
어디서 쓰고 남은 건지 모르지만 ㅋㅋㅋ 아무 이유 없이 꽃 선물을 받으니 기분이 좋고요~~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야식을 먹으러 뷔페에 가는 게 엔터테인먼트 팀원들의 하나의 루틴이었다.
야식 뷔페가 끝이 아니다. 야식 후엔 Officer’s Bar에 가서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또 논다.
혼자 크루즈 탔을 때보다 베프와 있으니 이러한 친목 자리도 훨씬 재밌고 부담이 적었다.
단짝친구가 있었지만 밴드 멤버들과 클래식 연주자들 모두 성격이 무난해서 그룹으로 재밌게 놀기 시작했다!
다음 날 항구는 Gibraltar!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면 “지브랄터”가 더 가깝지만…ㅋㅋㅋㅋㅋ 어감을 다듬어서 “지브롤터”라고 한다.
Gibraltar는 도시인가? 나라인가? 섬인가? 뭘까?
예전에 Gibraltar라는 제목의 곡을 연주한 적 있는데,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찾아보지도, 누구에게 물어보지도 않았던 나…
자연스럽게 궁금하지 않았던 궁금증이 해결될 예정이다. 후후.
이번 크루즈 itinerary와 엔터테인먼트 팀 스케줄이다.
이탈리아 치비타베키아에서 출항해서 카르타헤나, 지브롤터, 카디즈, 바르셀로나, 마르세유, 모나코, 리보르노(피사)까지 가는 루트.
마르세유에서는 프랑스에 사는 친구를 만날 예정이고, 모나코에서는 소량을 가지고 갬블도 한판 할 예정이다. ㅋㅋㅋ
Let’s keep moving, Koningsdam! 지브롤터, 우리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