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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신쥬디 Nov 04. 2024

스페인 말라가 도착! 지중해 크루즈 START!

열흘동안 대서양을 건너 드디어 유럽 대륙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지중해 크루즈가 시작된다!

연속 sea day는 거의 없고, 매일같이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일대를 도는 신나는 여정이다~~~



첫 정박지는 스페인 남부 도시 말라가(Málaga)


스페인은 내게 추억이 깃든 나라다.

대학원을 발렌시아에서 다니며 1년을 살았는데, 그 짧은 1년이 행복한 기억으로만 가득해서 언제든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애틋한 곳이다.

스페인을 떠난 지 2년 만에 돌아오다니!

스페인 남부는 안 가봤는데, 이렇게 크루즈로 말라가에 오게 되었다.


캐리비안의 강렬한 태양을 며칠간 온몸으로 느꼈는데, 스페인의 태양은 캐리비안에서의 태양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살짝 쌀쌀하기도 하면서 따스한 기분 좋은 공기였다.

크루즈 항구가 말라가 도심 가까이 있어서 내리자마자 도시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말라가의 볼거리, Castillo de Gibralfaro(히브랄파로 성)을 오르기로 했다.

유럽 여행에 캐슬 방문이 빠지면 아쉽지!

Castillo de Gibralfaro(히브랄파로 성)


성벽 투어로 가볍게 운동하고 내려와서 상그리아랑 타파스를 먹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터벅터벅 오르막을 걷다 보니 말라가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처음 온 도시였지만 내가 생각하는 스페인의 보편적인 풍경이었다.

투우 경기장도 보였다.

한 번쯤 볼 만하다는 투우 경기지만 난 보지 않았다.

발렌시아에 살던 시절, 투우 경기 폐지를 촉구하는 동물 보호 단체의 시위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나도 그들과 비슷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동물이 괴로워하는 걸 보며 즐거워하는 게 과연 맞나...?

ㅠ.ㅠ



히브랄파로 성 산책을 마치고 시내로 내려갔다.

오랜만에 듣는 스페인어, 낯익은 스페인 상점들, 노란빛을 띤 오래된 아파트, 빵집에서 나는 갓 구운 크로아상의 향기, 테라스에서 Cafe con leche를 홀짝이는 사람들을 보니 발렌시아에서의 추억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스페인을 생각하면 늘 몽글몽글하다...

아기자기하고 정감 있는 아파트.

난 이런 알록달록함이 참 좋다.



LCS 클래식 연주자 친구들 루띠, 아만다, 린다와 만나 tapas 집에서 기분 좋은 런치타임을 가졌다.

우리가 주문한 상그리아와 각종 tapas.

사실 스페인에 사는 동안 '스페인 음식 너무 맛있어!!!!!' 느꼈던 적은 손에 꼽는데

이 날은 기분이 너무 좋았는지, 모든 메뉴가 너무 맛있었다.

달달한 상그리아처럼 기분도 달달하고, 음식도 음식이지만 이때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날씨도 완벽했고, 함께한 친구들과의 수다도 즐거웠고, 그리웠던 스페인에 왔다는 것까지, 어디 하나 아쉬울 게 없는 순간이었다.

앞으로의 지중해 여행이 오늘만 같았으면!


산타 마리아 춤을, 산타 마리아 춤을, 산타 마리아 춤을 어떻게 출까요~

이게 산타 마리아~~~

ㅋㅋㅋㅋㅋㅋㅋ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골목골목 돌아다녔다. 아침보다 하늘은 더 맑아졌고, 스페인의 4월이 이렇게 화창했었지- 하는 추억에 잠기며 몸은 말라가에 있었지만 마음은 발렌시아에 있는 듯했다.

Málaga Cathedral

도심에 위엄 있게 세워진 말라가 성당도 지나치지 않을 수 없었다.

내부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역시 스페인 건축물은 참 웅장하면서도 정교하다.

여행스케치북에 한 장면을 남기고 싶었지만 친구들이랑 같이 움직이느라 스케치를 할 여유가 없는 게 아쉬웠다.


괜찮아, 앞으로 기회는 많아~

시청 앞 광장에는 마차도 돌아다녔다.

피곤해 보이는 말에게 무거운 내 몸을 맡길 이유는 없으니, 난 뚜벅뚜벅 걸어 다녔다.


말라가에서 아주 기분 좋은 지중해 크루즈 스타트를 끊었다. Beautiful welcome이었다.

크루즈로 돌아와서는 뷔페에서 배부르게 먹고, 저녁 공연하고, 새 친구들과 수다 떨며 더 친해지기 시작했다.

이 전 크루즈까진 항상 나 혼자 한국인이었는데, 이번엔 베프랑 한국어로 얘기하니 다른 친구들이 한국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랑 노는걸 되게 재밌어하는 느낌이다. ㅋㅋㅋㅋ 우리가 좀 웃기긴 하지 ㅋㅋㅋ

베프랑 지내는 하루하루가 너무 재밌다.



늘 그렇듯, 크루즈 친구들은 짝꿍을 찾는데에 열심을 다한다.

베이시스트 아구스틴과 첼리스트 루띠는 벌써 썸을 타는 듯하고, 댄서 리아는 닥터랑 썸이 있다고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아만다는 땅에 남자친구가 있는데, “open relationship”중이라고 한다….

말로만 듣던 오픈 릴레이션십을 하는 사람을 실제로 만났구나.

이제 이런 게 더 이상 놀랍지도 않지. (교만이었다. 후에 더 놀라운 일들이 아주 많았다.)

게이 친구들은 또 게이들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 같은 게 있나 보다…

아이쿠야.. 친구들 화이팅 ^^


말라가, 안녕~ 크루즈는 이제 지브롤터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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