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을 담은 그림
동생과 무라노, 부라노 섬을 구경한 날이었다.
레고 타운처럼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두 섬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했다. 섬 자체가 전부 포토존이었다.
둘이서 다녔으면 신나게 사진도 찍고 재밌었을 텐데, 아쉽게도 우린 처음 만난 한국인 여행객과 하루 종일 동행을 하는 엔딩을 맞이했다.
정확히 언제, 어디서 여행객 아저씨를 처음 만났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무라노로 가는 배를 같이 탔나?
아무튼,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한국인 아저씨가 우리에게 말을 거셨다. 그때까진 몰랐다.. 그분이 우리의 무라노 부라노 여행의 주인공이 되실 줄은 ㅠㅠ..
혼자 여행 중이라 너무 심심한 와중에 한국어를 하는 우리가 되게 반가우셨던 것이다..
영어가 서툴으셨던 그분께선 우리가 영어까지 능숙하다는 걸 알고는 더 더 반가워하셨다.
간단히 서로 소개를 나누고, “혹시 같이 구경 다녀도 될까요?”라고 우리에게 동행 허가를 물으셨다.
어떻게 안된다고 해요…..
어쩔 수 없이 ㅎㅎ네^^ㅎㅎ라고 대답을 해버렸다.
이상하거나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눈치가 없는 분이었다. 자매 여행에 불쑥 동행하다니.
웃음끼 띈 경상도 억양으로 말씀을 끊임없이 하셨다. 오랜만에 한국어로 소통하니 잔뜩 신이 나신게 내내 느껴졌다.
틈틈이 “둘이 사진 찍어줄까요~?“ 물어보시며 나름 우리의 여행을 망치지 않으려 노력하셨지만…
아저씨가 계시면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내 기억 속 무라노 부라노 섬은 그 아저씨의 비중이 크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틈도 없었다.
우리끼리 다녔으면 더 예쁜 걸 담았을 텐데, 여행 끝자락 부라노 섬을 떠나기 직전, 이대로 떠나기는 너무 아쉬워서 근처에 보이는 아무거나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갔던 레스토랑도 아니고, 별 의미 없는 레스토랑이었는데 빨간 건물이었던 게 기억난다.
그림 그리는 동안에도 아저씨가 옆에 계셨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그 분이라면 아마 계셨을 듯..
아무튼, 무라노 부라노 섬은 예쁜 것들로 가득했는데 동생과 나는 초면의 동행자가 갑자기 생기는 바람에 쭈뼛쭈뼛 눈치만 보다가 여행을 마쳤다.
그나마 스케치북에 부라노 한 장면을 남겨놓아서 다행이다.
그 아저씨는 우리를 기억하시려나…?
다시, 제대로 가고싶다. 무라노, 부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