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큰 아이는
환절기가 되면 잔기침을 동반한 비염 알러지로 고생을 한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지난해부터 두드러지는 증상을 보여왔다.
그리고 올해 봄, 5월.
학교에 첫 등교를 하던 시기와
아이의 기침이 시작되는 시기가 겹쳤다.
병원에 가서 약을 타 먹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기침은 눈에 띄게 줄지 않았다.
때가 되어 정상 등교를 했다.
매일 아침 온라인으로 학생건강진단검사를 해야 하는데,
거기서 한 가지 항목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코로나 의심증상 중 한 가지라도 있으면
표시를 하도록 되어있는데,
기침에 체크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잘 읽어보니,
‘기저질환과 관련이 있어 평소에도 해당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제외.’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휴우 다행- 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아이가 등교를 시작했고
나 역시 다시 정상 출근을 시작했다.
아이는 나의 퇴근시간과 어긋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돌봄 교실’에서 오후 세시까지 머무른다.
그리고 하원과 동시에 태권도 차량에 올라탄다.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돌봄 교실 담당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아이가 자꾸 기침을 해서 걱정이 된다고...
선생님께 아이의 비염 알러지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다.
약을 처방하여 투약 중이며,
환경에도 신경을 써서
아이의 기침이 잦아들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말씀을 드리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아이의 기침은
약 2주간의 투약 끝에,
거짓말처럼 나아졌다.
어쩌면 기침은 실컷 다 하고
멎을 때가 되어 멎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나아졌고,
한동안 무리 없이 학교생활을 했다.
얼마 전 2학기가 시작되어 다시 등교를 시작했다.
태풍이 지나가고 날이 선선해짐과 동시에
공기가 확연히 건조해짐을 느꼈다.
아이는 다시 코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아이의 기침도 같이 시작되었다.
시국을 고려해
아이의 기침과 코막힘이 시작됨과 동시에 병원을 찾았다.
이전 시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약을 타 왔다.
아이는 며칠간 약을 복용했지만
오후 시간이면 어김없이 기침을 했다.
아이의 기침에 마음을 쏟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연장에 따라
다음 주는 1, 2 학년이 원격교육을 받을 차례가 되었다.
집에서...
그럼에도 긴급 돌봄이라는 시스템이 있어
나의 근무시간 동안
아이는 긴급 돌봄 교실 등교를 신청하려던 참이었다.
긴급 돌봄과 관련하여
돌봄 담당 선생님과 잠시 통화를 하던 중,
선생님께서 이삭이의 기침에 대해 다시 언급을 하셨다.
아이가 기침을 다시 시작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보건 선생님과 의논을 드렸더니
원래는 증상이 있으면 등교를 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알러지가 있어 기침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고 말씀하셨다.
겁 많은 나는
우선 아이의 기침에 대해 사과를 드렸다.
아이가 기침이 시작되어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으며,
다시 병원에 가서 할 수 있는 검사들을 해 보겠다.
(천식이나 알러지 검사 등.)
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아이를 잘 관리해서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도 자연스레 덧붙였다.
선생님은 손사래를 치는 목소리로
괜찮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하셨지만,
내 마음은 이미 삼천리까지 걱정 여행을 떠난 이후였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보건 선생님에게도 연락이 왔다.
돌봄 선생님과 비슷한 말씀을 하셨지만,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학생에게서 코로나와 비슷한 증상이 발현될 경우 제출해야 할 서류에 대해서도 추가로 언급을 하셨다.
그리고, 교회 출석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언급을 하셨다.
통화 말미에는
교회는 종교의 자유이니 가셔도 좋지만, 수칙 잘 지키시고 교회분들과 식사만 같이하지 마세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제가 교회 사무실 직원이에요. ㅠㅠ 그래서 교회에 안 갈 수는 없고요, 교회에서 당연히 밥 같이 안 먹어요. 물도 같이 안 마셔요. 커다란 예배당에 널찍널찍 떨어져서 앉아 예배드리고 서로 말도 안 섞고 집으로 돌아와요...’)
그날 오후 퇴근길은 다른 날보다 더 서둘렀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한살림’ 매장에 들러 꿀 도라지청 한 병과 배즙을 보이는 대로 다 담았다.
아이가 기침을 주기적으로 하는데,
기침에 좋은 것이 무엇인지-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크게 마음을 쏟지 않고 있었다.
늘,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개선되는 것이 보였기에
자연스럽게 아이를 두었다.
그런데, 그렇게 두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모두가 예민하고 조심하는 코로나 시대에
아이가 잦은 기침을 해서
타인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걱정 어린 눈빛으로 비추어졌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려왔다.
누구보다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날 오후,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저녁을 먹여 병원으로 데려갔다.
의사 선생님께
아이를 천천히 살펴 다시 진찰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천식은 전혀 아니지만,
비염은 확실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혹시 다른 알러지가 있는지 검사를 한번 해보자고 하셔서 채혈을 통해 알러지 검사도 받아 두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데
우습게도
새로 받은 약이 참 든든하게 느껴졌다.
우리 아이는 다음 주,
긴급 돌봄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사무실에 또 한 번 더 말씀을 드려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일주일 간 아이의 기침을 온전히 돌보기로 했다.
작은 물결도 내 앞으로만 오면 집채만 한 파도가 되어 덮치는 기분이다.
사실은 아이의 기침 문제는
그렇게 심각한 사건은 아니었다.
다만,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조금 더 조심하자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바톤이 넘어오자
그렇게 단순하게만 넘겨지지는 않았다.
늘 나의 문제가 가장 커 보이는 법이다.
나의 방임 육아가 선생님들 앞에서
홀딱 벗겨진 기분이 들어 부끄럽기 짝이 없었고,
잦은 기침으로 고생했을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저려올 정도로 미안했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 앞에
우리 아이의 기저질환이 누군가를 공포스럽게,
혹은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끔 했다는 사실에 고개가 숙여졌다.
걱정 덩어리 쫄보 엄마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아이와 손을 맞잡고 또 한 발짝 앞으로 나갈 것이다.
바윗덩이처럼 커다란 지금의 고민이
한 달만 지나서 뒤돌아보아도,
아무것도 아닌 작은 추억이 되어
발그레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조금 덜 쫄아도 된다.
조금 더 느긋하게 아이를 키워가는 시간을 누려도 된다.
남들에게 의도치 않게 피해를 줄 수도 그리고 받을 수도 있다.
그게 진짜 인생이다.
이 세상 아래 완벽한 것은 하나도 없다.
나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