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아이에게 시계를 선물했더니.

워킹맘 엄마가 여름방학을 준비하는 법.

by 다니엘라


초등학교 1학년,

여섯 돌 하고도 팔 개월 차에 접어든 첫째 아이는

이제 막, 대충이나마 시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시침은 정확히 파악 하지만

분침과 초침은 헷갈려하기도 하고

어느 위치에 가면 몇 분 인지도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한 듯하다.



일단 시계 보는 법은 한두 번 가르쳐줬고,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지만

조금 더 기다려 주기로 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때,

조금 더 쉽게 가르쳐 주기 위해서...



지난주 금요일에 첫째 아이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7월 마지막 날부터

8월 25일까지

25일간의 방학이다.



약 3주간의 짧은 방학이지만,

우리 부부는 한주의 휴가를 제외하면

어쨌거나 출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첫째 아이는

여름방학 돌봄 교실에 출석을 하게 되었다.

이제 막 끝나가고 있는 이번 주는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겼지만,

다음 주부터는 돌봄 교실 출석이 시작된다.



엄마로서는 방학 때도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

아이에게 참 미안하게 느껴진다.

미안한 마음은

매일 오후 아이와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하며

조금씩 내려놓는다.



여름 방학 기간 동안 우리 아이의 스케줄은

오전 아홉 시에 돌봄 교실에 출석을 하고

낮 12시 40분에 태권도 학원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오후 3시가 되면 아이가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 스케줄을 짜다 보니

문제가 조금 생겼다.



돌봄 교실에서 1시까지 태권도 학원으로 가야 하는데,

학원 차량은 12시 40분에 우리 집 앞에서만

픽업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학교까지는 루트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셨다.



학교에서 태권도 까지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을 제외하면

아이 걸음으로 3-4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이다.



그래서인지 태권도 학원에서는

아이가 그 길을 부관장님과 자주 다녀 봤으니

혼자서 태권도까지 걸어오면 될 거라고 하셨다.



문제는,

내 마음이 그렇게는 허락이 안 되었다.

그리고 아이도

아직 혼자서 길을 건너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우리 아이가 골목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었다.

다행히도 팔에 강한 타박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큰 부상이 없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아이의 팔과 얼굴과 다리가

차량 측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을

너무도 선명하게 목격했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아이가 혼자 길을 건너

태권도 학원까지 가게 하는 것이 허용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4차선 길을 건넌 후

태권도 학원으로 가는 길에는

차량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골목길이 하나 더 있어서

아이 혼자 그 길을 가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틀간

끈덕지게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괜찮은 대안을 찾아냈다.



아이가 방과 후 교실에서 10분 일찍 나와서

우리 아파트에 와서 차량 탑승을 하는 방법이었다.



아이는 ‘혼자’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

혼자 학교에서 집 앞까지 오는 것,

(학교와 바로 연결된 아파트, 집까지는 약 2-3분 거리)

그리고 혼자 차량을 탑승해야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극복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되었다.



두려움 타파를 위한 대안을 찾았다.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를 조금 더 성장시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손목시계를 사주기로 했다.



바늘이 움직이는 시계는

아이가 자칫 잘못 읽으면 당황을 할 수도 있기에

우선은 디지털 손목시계를 아이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시계를 차고,

12시 30분이 되면 학교를 나서고-

12시 40분이 되면 태권도 차량에 탑승한다.



혹시 태권도 차량이 늦더라도

12시 45분은 넘지 않을 테니

시계만 바라보고 있으면 된다고 아이에게 일렀다.



처음에는 조금 불안해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시계가 도착하자

아이는 씩씩한 큰형으로 변해 있었다.



시계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ㅋㅋ

아이는 혼자서도 잘해볼 수 있겠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엄마 아빠는 그런 아이를 믿기로 했다.



아이는 시계가 도착한 목요일부터

틈이 날 때마다 시계를 보며

시간을 알려준다.

그것도 하루 종일.

(이런 부작용이 있을 줄이야.)

월스트리트의 비즈니스맨 마냥 앉으나 서나 시계 생각. 우리 집 시간 알리미.ㅋㅋ

방학중

아이를 처음으로 기관에 맡겨두며

겪게 된 일련의 사건 들을 보며

사실은 생각이 참 많았었다.



일을 하는 부모가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데에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함도 있지만,

부모가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시간에

아이를 어느 정도는 위탁하기 위함도 있는 것이다.



구구절절 말로 다 풀어내기 시작하면

변명 많은 엄마가 되는 것 같아

줄이고 줄여서 이야기하면...



어쨌거나 아이가 안전하게 등 하원 할 수 있도록

학원에서 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이번 일에서

학원의 대처는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사실은 늘 좋은 학원이며, 아이들을 위해 많이 배려를 하는 학원이다.)



집에서 부모와 함께 있는 아이들은

오히려 지정된 장소에서 ‘무사히’ 차량 탑승을 하는데,

일하는 엄마 때문에 학교에 홀로 보내진 아이는

루트가 맞지 않아 차량 탑승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탑승하는 아이는

우리 아이 혼자 밖에 없어서

루트를 하나 더 추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다 안다.

학원의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학원의 사정을 이해하는

교양 있는 사회인이기 이전에

한 아이를 지키고 보호하고 싶은 엄마이다.



그래서 이번 일은 조금은 서운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학교 앞 차량 탑승이 어렵다고 하신 후에

학원에 더 이상 부탁을 하거나

구구절절 상황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들 사정이 있을 테니.



다만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혼자서 속앓이 하지 말고

정중하게 부탁이라도 해 볼 예정이다.


결국에는 그것이 서로에게 건강한 방법일 테니까.



마음 앓이를 많이 한 엄마와는 달리-



이번 일 덕분에

우리 여덟 살 난 꼬마는

시계를 선물 받았다.



나는 아이에게 시계를 선물했지만,

아이는 시계와 더불어 자신감을 얻었고,

조금 더 넉넉한 독립심을 선물 받았다.


그거면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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