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많은 엄마는 몸이 고생을 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사실은,
이러한 별의별 일들이 생기는 것은
아마도,
나라는 사람이
쫄보 엄마의 성향을 다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결국은 내가 자처한 일들.
얼마 전 글에서 밝혔듯이
우리 첫째 꼬마는(초1) 방학 중 돌봄 교실에 출석을 한다.
그리고 돌봄 교실에서 시간을 맞춰 하교를 하고
혼자서 우리 집 앞으로 와서 태권도 차량에 탑승을 한다.
아이가 나 홀로 하교를 하고,
나 홀로 학원 차량에 탑승하는 일이 처음이라
엄마는 불안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번 주 월요일.
아이가 방학 중 처음으로 돌봄 교실에 가고
처음으로 혼자 학교에서 집 앞까지 걸어오는 날이었다.
12시 30분에 돌봄 교실에서 나와
곧장 걸어서 집 앞으로 온 뒤
12시 40~45분에 도착하는 태권도 차량에 탑승한다.
이것이 아이가 완수해야 할 미션이었다.
혹시 아이가 잊거나,
불안해할까 봐
여러 번 설명을 했다.
그리고 위의 내용을
접착 메모지에 적어서 책에 또 한 번 붙여 주었다.
다행히 월요일은 내가 쉬는 날이라
13시 30분쯤 집에서 나가 아이의 차량 탑승을 지켜봐 주기로 했다.
이상하다.
12시 34분이 넘도록 아이가 아파트로 들어오질 않는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 학교로 걸어갔더니,
아이는 중앙현관 옆 벤치에 능청스레 앉아있다.
방학 이전에 태권도 차량을 탑승하기 위해
기다리던 장소였다. ㅠㅠ
아이는,
내가 수십 번을 넘게 설명한 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잊은 모양이었다.
앉아 있는 아이를 봤을 때의 황당함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엄마는 또 의연하게 아이를 다뤄야지.
“이삭아, 늦겠다 어서 가자.”
하며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차량을 탑승해야 할 곳을
아이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내일부턴 여기로 곧장 오기로 약속을 하고선...
화요일, 어제.
휴가 이후 첫 출근 날이다.
아이는 정말로
엄마 없이 홀로 하교를 하고,
처음으로
태권도 차량을 홀로 탑승해야 하는 날이 온 거다.
아의 등교 시간에
태권도 차량 탑승 미션을 다시 한번 단단히 일렀다.
아이를 보내고
출근을 했다.
째깍째깍
요즘 시계는 소리도 안 나지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수시로 확인했다.
그리고 12시.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점심시간을 이용해
20여분 거리의 우리 아파트로 차를 몰았다.
주차를 하고
찜통더위에 시동을 껐다.
멀리서 아이를 지켜보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5, 4, 3, 2, 1!
아이가 저 멀리서 나타날 시간이 되었다!
어, 그런데 아이가 보이질 않는다.
잠시 후, 아이가 우리 차 옆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인다.
!!!!!!!!!!!!!!!!
나의 예상과 달리
아이는 주차장을 가로질러 오지 않고,
조금 돌아오는 거리지만,
안전한 보도블록을 따라 걸어왔다.
아이가 우리 차를 지나칠 때까지
차에서 몸을 숙이고
말 그대로 ‘난리부르스’를 쳤다.
다행히 아이는 눈치채지 못했고,
차량을 탑승해야 하는 지점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차량 탑승까지는 4-5분 정도가 더 남아 있었다.
예상대로 아이는 시계만 수십 번을 들여다봤고,
한자리에 있질 못하고
왔다 갔다 뛰고 혼자서 생 난리.ㅎㅎ
전형적인 남자 아이다.
아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공공칠 작전처럼 차를 조용히 옮겨가며 멀리서 바라봤다.
길고 무거웠던 시간을 지나
12시 41분이 되었다.
그리고 태권도 차량이 도착했다.
아이는 관장님과 함께 무사히 차량에 탑승을 했다.
그리고 아이가 탄 차량이 떠나고 나서
나도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렇게 쫄보 엄마의 미행 작전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해내고 있었다.
더 안전한 길을 걸었으며,
짧지 않은 시간을 씩씩하게 잘 버텨냈다.
그날 오후
아이를 만나
꼬옥 안아 주었다.
무조건 잘했다는 말과 함께...
아이에 대한 불안과 염려는
대부분 부모 스스로 만들어 낸다.
아이는 생각보다 잘 해내고 있으며
부모가 상상하는 최악의 상황들은 주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일을 겪으며,
내가 얼마나 별난 엄마인지-
그리고 얼마나 겁쟁이 엄마인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조금은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이제는 마음을 좀 가볍게 해도 될 것 같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믿고,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부모의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럼에도,
아이는 잘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