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니엘라 Feb 09. 2024

삼둥이네 주말부부, 살아남아야 할 날들


남편과 나는 잠시 주말부부가 되어 떨어져 지내는 중이다. 약 한 달가량의 기간이고, 이제 약 일주일 후면 주말부부의 생활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홀로 아이들을 돌보며 지내는 일은 분명 행복과 사랑을 독차지하는 황홀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육아의 현장이 늘 즐겁기만 할 리가 없다. 아이들이 원, 투, 쓰리 셋이나 되다 보니 외출을 한번 하더라도 온갖 부산을 떨어야 가능하다. 게다가 공부를 시키는 일도, 먹이고 재우는 일도 여전히 내가 가진 것 그 이상의 체력이 요구될 때가 많다. 이렇게 되다 보니 저녁 무렵이 되면 지칠 대로 지쳐 온몸에 짜증만 남아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더 이상 육아 마인드 컨트롤 타워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아이들을 꾸역꾸역 꿈나라로 보내고 엄마로서의 후회와 좌절이 난무하는 어두운 밤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고단한 밤, 나는 이 아이들과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건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나눠주고 그 순간들을 함께 누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마음이 건강한 어른으로 키우는 것이 육아의 주된 목적이다.

하지만 육아의 목적이나 이유와는 별개로 아이들과의 24시간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닦달의 향연이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건 하지 말아라.’ 하며 나 스스로와 아이들을 괴롭힌다. 이건 진짜 내가 그리는 자녀 양육의 모습이 아닌데 현실의 나는 그저 안타까운 엄마의 모습일 때가 많다. 정말로 안타깝다.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나와 아이들이 정말로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육아의 본질이나 목적, 그리고 육아로 인한 성취 등을 모두 제쳐놓고 아이들과 내가 하하 호호 즐거웠던 시간은 언제였던가를 떠올려 본다.


함께 누워 잠자리에 들기 전 속닥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 함께 쿠키를 굽던 순간, 숙제나 의무 없이 같이  뛰놀던 순간, 함께 자연을 느끼며 산책하던 순간, 오롯이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던 순간, 그리고 아이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바라보던 순간을 포함해 셀 수 없이 많은 장면들이 스친다.

언제나 가장 즐거웠던 건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할 때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이 아이들을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가꾸어가려 할 때 우린 늘 어렵고 괴로웠다.


그리고 아빠와 떨어져 지낸 최근 한 달도 어렵고 어려웠다. 아이들과 나 사이를 부드럽고 느슨하게 풀어주는 남편의 부재가 컸다. 그리고 몇 주간의 주말부부 생활로 인한 내 안의 긴장감이 최근 삼둥이와의 생활을 어렵게 했다.


설 연휴를 보내고 나면 주말부부의 시간도 단 일주일만 남게 된다.

끝이 보이는 날들이다. 그러니 살아남아야 한다.

언제나 즐겁고 만족스러울 순 없겠지만 또다시 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하며 살아내 보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조금만 더 느슨하게, 조금만 더 부드럽게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를 기억하며 남은 일주일을 살아내 보기로 가볍게 결심해 본다.

이전 11화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냐는 너의 물음에 답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