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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Feb 01. 2024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냐는 너의 물음에 답하며.


첫째 아이가 날 보며 가끔 묻는 말이 있다.

“엄마,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아요?”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하지, 무슨 그런 당연한 질문이 다 있어?!"

하고 말하지만, 괜히 마음이 복잡해진다.


어느 육아서에서 본 기억이 있다. 엄마가 아이를 야단치는 것이 엄마 입장에서는 사랑과 관심의 행동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자신을 미워해서 하는 행동으로 이해를 한다고….

육아서에서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열두 살이나 먹은 우리 아이도 야단과 사랑은 정반대로 흘러가는 무언가로 정의 내리며 엄마의 비정함을 논하고 있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는 아이의 질문이 황당하고 섭섭하지만, 그런 질문을 하는 아이의 마음은 오죽할까 싶어 질문의 의중을 파고들거나 아이를 다그치진 않는다. 아이도 몰라서 묻는 게 아닐 테고, 그저 좀 더 부드럽고 이해심 많은 엄마가 되어주기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임을 받아들인다.


우리 아이가 제 자식을 낳고 투덕거리며 키울 때쯤이나 되어야 이해할 일들이다. 엄마가 사랑도 참 많았지만 걱정도 많은 사람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아이는 엄마의 앙칼진 목소리 한 번에, 엄마의 벽을 뚫을 듯한 짜릿한 눈총 한 번에 와르르 작은 마음이 무너지곤 한다. 아이는 엄마가 이야기하려는 내용을 이해하기보다는 엄마가 왜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 건지가 더 궁금할 것이다. 아이의 마음과 이런저런 사정을 다 알면서도 좀 더 지혜로운 방법을 연구하기보다는 좀 더 무섭고 확실하게 다그치는 쪽을 선택하는 나는 여전히 부족한 엄마다. 어렸을 적 읽은 탈무드도 소용없고 종종 읽어둔 육아서도 소용없는 나는 그저 화 많은 엄마가 되어버렸다.


그렇게까지 화내지 않아도 되는데, 도대체 나는 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있는 힘껏 화를 내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화가 나는 원인을 찾아보면 주로 걱정이 많아서다. 이렇게 하면 다칠 텐데, 저렇게 게임을 하고 있으면 아이에게 별로 좋지 않을 텐데, 저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사회생활을 하기가 힘들 텐데... 하며 아이들을 향한 나의 걱정은 작은 솜사탕에서 구름이 되고, 구름은 금방 몸집을 키워 뻥 하고 터지며 화를 내버리게 된다. 화를 내는 이유는 내 몸이 피곤하고 세상이 우울하게 돌아가는 이유 때문도 있지만, 시작은 걱정에서 비롯된다. 나는 그저 걱정이 (쓸데없이) 많은 엄마인 것이다. 아이를 이해시키기엔 용량 초과의 걱정거리를 안고 있고, 화를 내고 그냥 넘어가자니 아이에게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저 미숙한 엄마인 것이다.

오늘도 재우러 들어간 아이 곁을 한 시간 반이나 지키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결국 아이에게 잔소리를 퍼부으며 입면의 길로 인도했다. 미안한 마음에 잠든 아이를 토닥여보고 안아줘 보지만 눈뜨고 서로를 바라볼 땐 정작 베풀지 못했던 너그러움이 잠든 아이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렇게 부족한 마음이 들 땐 글로 상황과 마음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조촐한 반성과 다짐을 해본다.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미안했어. 자꾸만 화를 내는 엄마는 그저 걱정이 많을 뿐이야. 걱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래.

정말로 미안해. 그리고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은 항상 변함이 없어.

내일은 화 대신 넉넉한 마음과 조잘거리는 즐거운 대화를 준비해 볼게.

사랑해 나의 세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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