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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Feb 29. 2024

삼둥이네, 고군분투 이사이야기

약 한 달 열흘동안 맺혀 있던 땀방울을 닦아낸다.

지역을 옮겨가는 우리 가족의 대대적인 이사가 끝났다.


주말 부부를 하며, 아이들의 방학기간에, 아이 셋을 돌보며 하는 이사는 다시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다. 어쩌면 ‘아이 셋, 방학, 주말 부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완벽주의를 내려놓지 못해 더욱 고된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밤 아이들을 재워놓고 건조된 빨래를 착착 접으며, (아니 우리 집 애들은 누굴 닮아서 옷을 이렇게 더럽게 입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매일 빨래를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집안이다.) 오늘은 어느 구간을 줄이고 정리할지 고민했다. 고민이 끝나면 당근에 내다 팔 것은 당근앱에 업로드를 하고, 버릴 것은 과감하게 다용도실로 옮겨 3일에 한 번쯤 집밖으로 내다 버리는 작업을 했다. 버리는 작업은 주로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는 주말에 몰아서 했다. 주중엔 부재가 원망스럽던 남편도 주말엔 이사 준비에 손을 보태니 쓸모가 아주 없진 않았다.  

정리를 하는 밤이면 어김없이 새벽 두 시를 넘겼다. 어느 날은 수면 나사가 풀렸는지 새벽 네시까지 정리 욕망의 전차가 멈출 줄 모르고 내달렸다. 그러다 보니 수면 부족과 피로가 누적되어 얼굴은 늘 엉망이었고, 3일에 한 번쯤은 아이들을 재우다가 일등으로 잠들곤 했다.

한 달 열흘 동안은 매일매일이 수련회와 같은 날이었다. 수련회는 마지막 날 밤에 치킨 파티라도 하지, 나 홀로 이사 준비는 글자 그대로 ‘정신력과 체력의 전쟁’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이사 준비가 강제 종료되고 이삿날이 밝았다. 큰 시험이 있는 날 아침처럼 허무함과 내려놓음이 몰려오며 마음은 오히려 편안해졌다.  

이사 하루 전, 다 큰 아들 며느리의 이사를 돕겠다며 KTX를 두 시간 이십 분이나 타고 달려오신 시아버님이 참 별나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아버님이 안 계셨더라면 큰일 날뻔한 이삿날이었다. 아이들을 온전히 맡아주신 슈퍼맨 시아버님 덕분에 이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아이들은 새로 살게 된 집을 참 좋아한다.

아빠 회사에서 마련해 준 사택이라, 아빠 덕분에 좋은 집에서 살게 되었다며 감사의 말들을 나눈다.

첫 며칠간은 낯선 환경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별로라며 집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던 첫째 아이도 이젠 외출을 꺼리지 않는다. 동생이랑 놀이터도 나가고 태권도 학원도 등록해서 낯선 곳에서의 호의를 경험하는 중이다.  아이들이 낯섦에 대한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매일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다니는 중이다. 우리가 살게 된 지역의 아름다움과 기대감을 키워주며 이곳의 다정함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이사 후 집정리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자꾸만 묻지만, 정리는 보류 중이다. 아이들이 기관에 소속되어 적응할 3월이면, 나에게도 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허락될 테니 지금은 일시 보류 중이다.

이사 후 열흘 째, 우린 제법 적응을 해가고 있다. 지역에서 가장 큰 마트도 알아뒀고, 실속 있는 지역 농협마트도 알아뒀고, 아이들 병원과 치과도 벌써 도장을 꽝꽝 찍고 왔다. 그리고 아이들의 학교도 걸음 했고, 박물관도 다녀왔다. 꽉 찬 2주를 보내는 중이다.



3월이면 우리 아이들은 진짜로 낯선 학교와 어린이집에 적응을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큰 도전의 시간이 다가온다.

이사를 준비하며, 질척거리는 방학의 날들을 함께 보내며 아이들에게는 지긋지긋하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엄마로 등극했지만, 그래도 나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밤이면 피곤에 젖어 아이들에겐 사나운 엄마로 변신하기도 했지만 그 또한 나였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반성하기 시작하면 죄책감에 시달려 결국 신경쇠약증으로 몸져누울 것 같아 반성은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아이들에게 잘했던 일들을 기억하며 앞으로 더 잘 해낼 날들을, 그리고 더 사랑할 날들을 기대하며 다짐도 보태본다.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결국 우리 다섯 식구는 새로운 출발선까지 잘 도착했다.

우리 보물 같은 이삭, 요한, 이든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과 나의

새 날들을 힘 있게 응원해 본다.



(이제 이사도 완료했으니, 연재 미루지 않기로 약속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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