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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라 Mar 08. 2024

괜찮다고 말해주기


“괜찮아 실수해도 돼

어릴 땐 누구나

그렇게 틀리면서 배우는 거야

좋아 어깨 펴고 고개 들고 크게 한번 웃고서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괜찮아 서툴러도 돼

곁에서 언제나

우리가 변함없이 응원할 거야”

- 슈뻘맨 ‘괜찮다고 말해주기’ 가사 일부.


우리 집 둘째, 일학년 꼬마가 즐겨 듣는 노래 가사의 일부다. 슈뻘맨 이라는 유튜버가 팀원들(?)과 만들어서 불렀다는 노랜데 가사가 사실적이면서 큰 응원이 되는 내용이라 어른인 내가 들어도 너무 좋은 노래다. 게다가 슈뻘맨이 괜히 슈뻘맨이 아닌 게, 노래도 수준급 실력이라는 거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과 차를 타고 외출할 때면 슈뻘맨의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과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응원이라 이 노래를 자꾸만 찾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10년을 넘게 살다 온,  아이들에게는 현재까지 평생의 삶의 터전이었던 지역을 떠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해맑게 뛰어다니고 틈만 나면 까불이가 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 가족 누구 하나 쉬운 시간을 보내는 이는 없다.  


그나마 표현할 줄 알고, 마음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아주 건강한 아이인 첫째는 벌써부터 투덜투덜 마음을 드러낸다.  학기가 시작된 지 이제 사 일째인데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은 벌써 서너 번쯤은 한 것 같다. 거기에 콤보로 따라붙는 말은 ‘우리 월계(이전학교)초등학교가 훨씬 더 좋은데…’이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할 때마다 오장 육부가 철커덩 내려앉는 기분이지만, 억지로라도 아이의 말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하는 것은 “엄마, 나 너무 어색하고 낯설고  힘들어요. 관심 좀 갖고 내 편이 되어주세요.”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지 않을 수 없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고, 정말로 가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닐 것이기에 그저 아이의 작은 투정 또는 협박쯤으로 걸러 듣기로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공감과 훈계의 중간쯤 되는 말들을 건넨다. 그리고 지금의 엄마는 괜찮은 척하며 아이에게 편안한 마음의 토퍼를 깔아준다. 힘든 그 마음 맘껏 풀고 맘껏 비벼 대라고….

(그런데 말이지, 학교 가기 싫다며 전학 온 학교에서 반장선거에는 왜 나가는지 엄마는 참 궁금하다. ㅋㅋㅋ)


워낙 속 이야기를 잘 하지 않고 겉보기엔 세상 쿨가이인 둘째는 학교에 안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학교도 피아노도 태권도도 척척 잘 다닌다. 그러나 이 꼬마 역시 표현하지 않았지만 용쓰며 적응 중이라는 걸 엄마는 다 안다. 오후에 집에 돌아와 잘 놀다가도 형이나 동생과의 아주 작은 마찰에도 눈물을 펑펑 터뜨리곤 한다. 그리고 저녁 무렵이면 세상에서 가장 피곤한 얼굴로 집안을 돌아다닌다. 이 정도면 이 아이가 적응하느라 얼마나 곤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 그럴 땐 꼭 안아주는 수밖에. 투정도 참을성 있게 받아주는 수밖에….


막내는 어린이집 적응 기간이 시작된 지 3일 만에 고열이 난다. 목이 빨갛게 부었단다.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힘은 개월 수라 몸에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부턴 어린이집 앞에서 엄마랑 떨어지기 연습을 하기로 했는데, 물 건너 갔다. 속이 탄다. 나도 모르게 “내 팔자야….” 하며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말을 입에서만 맴돌 만큼 작은 소리로 속삭여 본다.



세 아이가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엄마인 나는 요지경 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기분이다. 나에게도 낯선 이 땅에서, 적응이라는 우아한 단어를 쓸 새도 없이 아이들의 마음을 보살피기 바쁘다. 그리고 아이들의 등굣길과 시간차를 둔 두 번의 하굣길까지 가볍게 1일 1만 보를 채워가는 중이다.

급할 것 없지.

내 적응은 조금 미뤄두기로 하고,

지금은 아이들에게 그저 괜찮다고 말해주며 힘 있는 응원단장이 되어 곁을 지키는 중이다. 이것도 한때이려니 하며 견디며 열심을 내 본다.

그러다 보면 분명 우리에게도 봄이 오고 꽃이 주변을 에워쌀 테니까. 아이 셋 엄마니까 까짓 봄 기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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