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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일란성쌍둥이를 구별 못할까?

<미지의 서울>로 불거진 일란성쌍둥이에 대한 궁금증

by 이정인

요즘 너무 재미있고 의미 있게 보고 있는 <미지의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그 드라마를 보는 지인들이 제게 질문합니다.

“엄마가 쌍둥이를 구별 못한다는 게 말이 돼?”


드라마의 인물들의 서사가 촘촘하다 보니 무슨 이야기가 더 펼쳐질지 모르지만, 그리고 제가 일란성쌍생아를 다 대표하는 것은 아니니 제 경우 만이라고 한정하고 말하겠습니다.


“내 경우는 구분 못하는 건 말이 안 돼”

그러면 다들 한결같은 반응입니다.

“그럼 그렇지, 엄마는 구분해야지”

사실 일란성쌍둥이가 닮았다는 생각을 아주 가끔 할 정도로 전혀 다른 얼굴로 보입니다. 심지어 목소리도 다르니까요. 자주 보니 미세한 차이가 큰 차이로 각인이 되어서 그런지 모르지만요. 가끔 목욕하고 나올 때 “어, 너네 둘이 닮았네.”하는 소리를 어쩌다 한 번 하는 정도거든요.


그런데 신기한 건 남의 집 쌍둥이는 너무 똑같아 보입니다.

엄마이고, 가족이라서 사실 많이 닮았지만 똑같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제가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의 차이일까요.

<미지의 서울>은 그래서 일란성이지만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았다는 말을 대사 중간중간 하는 걸 보면 이런 우려들을 보완하려는 것 같아요.


오히려 <미지의 서울>을 볼 때마다 엄마가 쌍둥이를 구별 못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보다 구별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하며 보고 있습니다. 아니면 사실은 알고 있지만 눈감아주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드라마를 흠잡을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일란성쌍둥이를 한 드라마로는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일란성쌍둥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주로 사라진 줄 알았던 대상이 다시 등장하는 일종의 판타지였다면 <미지의 서울>은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대리경험의 설정으로 가늠해보지 못한 상대의 아픔과 상황을 이해하는 설정이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일란성쌍둥이는 의학적으로도 어떤 원인으로 생겨나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두 명의 아이. 영원한 친구를 태어날 때부터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축복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천생연분인 부부도 이처럼 완벽할 수 없지 않을까. 미지와 미래처럼 서로 사회적인 상황이 달라져도 마음속 깊이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출처 ㅣ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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