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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고백받은 아들에게

상처주지 않고 잘 얘기할 수 있게 조언하다

by 이정인

중1이 된 아들이 같은 반 여자아이게게 고백을 받았다. 고백의 수락여부를 떠나 누군가에게 진지하게 '사귀자'는 말을 들은 아들은 한 동안 의기양양한 마음도 보여주기도 했지만 반면 여자아이의 고백에 어찌해야 할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난, 사귈 마음은 없는데"

"사귈 마음이 없으면 얼른 답을 줘."

"아냐 일주일은 생각해 본다고 했어"

"뭘 일주일이나 필요해."

사귈 마음이 없다고는 했지만 아마 처음 이성으로부터 받은 프러포즈에 본인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말한 모양이었다.

"아, 말해야 하는데. 괜히 지금 문자를 주면 내일 같은 모둠 할 때 불편할 거 같아."

답을 주기로 한 시한보다 빨리 답을 주자니 당장 불편해지는 상황이 걱정된 모양이었다.

"엄마, 뭐라고 문자 보내야 하지?"

"최대한 상처받지 않게 보내야 한다. 마음이 고맙고 이쁘잖아"

"엄마도 한 번 같이 고민해 줘."


누군가의 절절한 마음 앞에 거절의 의미를 담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후회하기 싫어 용기 있게 마음을 표현하고 답을 기다리는 여자아이의 애다튼 마음을 최대한 헤아리는 게 우선이었다.


답을 주기로 한 시간까지 답을 보내지 못했던 아들에게 먼저 연락이 온 건 여자아이였다.

"설마, 나 차는 거 아니지?"

희망고문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본의 아니게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아들은 더 난처한 표정이었다.

"아, 뭐라고 하지?"

"공도 아니고 누가 누굴 차는 것이 아니란 얘기를 해줘야 할 거 같아. 너를 좋아해 주고 너의 말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 그 아이에게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한 시간이었겠어. 친구로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고백을 한 여자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 엄마아빠는 아들보다 들떠 있었다. 아들이 이성으로부터 고백을 받았다는 소식에 자꾸 웃는 아빠도 설레었고, 나도 괜히 내가 고백을 받은 냥 마음이 옅은 분홍빛으로 서서히 물들었었다.


무엇보다 '곰 세 마리'를 완창 하며 의기양양해하던 아들이 이렇게 컸다니. 시간의 힘을 절로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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