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느새 기억보다는 기록에 붙들려있었다. 그래서 처참한 아픔이 담긴 사진을 보고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한강인도교폭파 사진.
육군훈련소 정훈장교로 3년간 근무하며 무수한 시간 그 한 장의 사진을 그저 스쳐가는 기록의 하나로 생각했던 것 같다. 흑백사진 한 장에 담긴 아픔의 무게보다는 625전쟁을 설명하기에 바빴던 것 같다. 기록은 담담하지만 기억은 잊혀질까 두려워 더 절박하고 더 생생한 역사인데 말이다.
우연히 노들섬에 들러 발견한 한강인도교폭파 희생자 추모공간. 눈에 띄게 크고 화려하지 않기에 더 무거운 기억들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내게는 기록보다는 기억이 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