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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규 Mar 22. 2024

단순하게 살아가기로 했다

마음 정리

  지난 3~5년간 우울증을 겪은 만성우울증 환자였던 내가 조금씩 극복해 나아가며 한 가지 배운 삶의 태도가 있다면 ‘단순하게 사는 것’이다.


  이것을 깨닫기 전까지의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짙은 계획형 인간이었다. 한 번 시작하면 마음에 들 때까지 최선을 다해왔다. 장점이 명확하지만, 허점도 명확했는데, 단순히 할 일도 계획적으로 고민을 해보다가 지레 겁먹고 미뤄두는 습관도 컸다. 자칫 게으를 수 있는 타입의 사람이었기에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한 순간 무너졌고 바닥을 보고 나니, 그렇게 살아왔던 순간들이 너무나 허무했다. 남들과 맞추어 살다 보면 그곳에는 나라는 사람이 없어진다. 조바심은 나를 갉아먹기 가장 좋은 수단이다. 열등감이 주는 장점도 분명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자극적인 극약이다.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괜찮다.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진 다지만, 시작선이 다르고 달리는 방식은 모두가 다르다. 결국에는 천천히 달리더라도 목표에 도착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스물 후반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어차피 스스로를 죽일 수도 없는 용기 없는 겁쟁이라면 사는 방식이라도 나의 뜻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요즘 내 하루는 크게 일, 공부, 운동, 일기가 끝이다. 멀리 봤을 때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만 하고 있다. 운동이라고 해서 헬스장에 가서 요일 별 부위를 다르게 하지도 않는다. 너무 피곤한 날에는 하루에 팔 굽혀 펴기 10개를 하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내가 낸 작은 숙제를 하나 해냈다고 칭찬하고 있다.

  일기를 쓰고 있는 계기는 단순했다. 문뜩 언젠가 내가 나이가 들어 지금까지 살아왔던 나이보다 더 먹은 노인이 되었을 무렵 나를 기억해 줄 사람은 그날의 나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역사를 좀 더 면밀하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 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부터 매일 한 줄이라도 그날의 감정을 적어냈다. 긴 글을 쓰기 싫은 날은 시간대 별로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적기라도 했다. 가끔 몇 개월 전의 일기를 읽어보면 참으로 우습기도 하다. 그 비웃음도 다른 사람이 아닌 현재의 내가 과거의 모진 행동을 했던 나에게 대놓고 비웃을 수 있다는 게 나름의 소소한 재미인 것 같다.

  공부는 아직은 이십 대이기에 필요한 자격증을 천천히 공부하고 있다. 이후에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른 나라의 언어를 조금씩 배워볼 생각이다. 하루에 한 단어라도 읽어본다면 그것 또한 먼 미래에 자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쓴 이유는 일기에 담지 못했던 감정을 옮겨적기 위한 일환으로 근미래에 삶을 뒤돌아봤을 때 지금의 선택에 후회가 없었는지 되물을 지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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