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나른함이 가득한 주말 오후였다. 산 중턱에 자리한 이곳, 지게차 실습장에는 나와 같이 수업을 듣는 이곳에는 늦깎이 수험생들이 지게차 수업을 듣고 있었다. 처음 자동차 시험을 준비했던 젊은 시절처럼 포크를 조작하는 방법을 새로 배우고 익숙한 듯 다른 핸들을 요리조리 돌리다가 선을 넘기도 한다. 주변에서는 그를 보고 ‘탈락’이라며 어린아이처럼 장난을 친다. 오랜만에 느끼는 ‘도전’은 그들에게는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여느 이십 대와 다르지 않게 생기가 넘쳐 보인다. 이곳의 유일한 이십 대인 나는 그들과 다르게 이 평범한 도전이 너무나 무료하기만 했다. 나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차례가 오기 전까지 지루한 대기 시간에 졸음을 버티고 있었다. 졸고 있는 나를 본 한 중년의 수험생은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앞을 보라고 했다. 그곳에는 수험장 앞에서 막 시험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한 중년이 보였다. 안전모에는 먼지가 가득 내려앉았지만, 새로 산 것처럼 반들거렸고 새내기의 교복처럼 그의 작업복은 어딘가 모르게 어수룩해 보였다. 그런 그는 두 손을 간절히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찔끔 감은 그의 기도는 시험장에 감독관이 부르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그는 긴장이 되었는지 멀리서 보아도 한숨을 내쉬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묘한 감정이 일렁였다. 나와는 다르게 그와 그들은 각자의 책임을 안고 이곳에 와 있었다. 자신이 꿈을 위해서가 아닌 삶을 영위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 젊음의 평범함은 때때로 시간을 무지하게 만들어내기도 한다. 삶의 분초가 가슴으로서 느껴질 어느 중년 가장의 간절한 이 시간을 현재의 나는 진심을 담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들의 간절함을 현재의 내가 알기에는 너무도 깊고 짙다. 그것은 하나의 영역이자 젊음의 명확한 한계점이다. 애써 현재의 내가 이것을 감히 탐구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내가 그들을 발자취 기록하며 따라가다 보면 일순간 그날의 당신의 했던 그 간절한 기도를 이해할 날이 올 것이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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