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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May 21. 2024

정중하고 확실하게 거절하고 싶다면


 최근에 몇 가지 요청을 어렵지 않게 거절했다. 제안을 거부당했을 때 금방 털어 냈다. 유쾌한 일은 아니었지만 마음에 큰 흔적을 남기지도 않았다. 거절을 바라보는 몇 가지 생각을 공유한다.



세상에 편한 거절은 없다


 대부분 거절은 불편하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어서 받아들이지 않거나 물리치는 행위를 두려워하고 이에 상처받는다. 그러므로 거절에 뒤따르는 불안은 자연스러감정이다.

 

 얼마 전 다른 사람을 위해 동료에게 자료를 부탁했다. 양이 방대해서 한편으로 신경이 쓰였다. 상대가 거절할 수 있음을 고려해 몇 가지 대안을 준비했다. 이렇듯 나의 수락 혹은 승낙은 그가 고려하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경험이 약이다


 대부분 일이 그렇듯 거절도 경험이 쌓일수록 자연스러워진다. 


 나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이해관계가 다름을 인정하고 갈 길 가면 된다. 그가 생각하기에 당신의 접근법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자신과 방향이 달랐을 수도 있다.


 제안을 거절하는 입장이라면 매뉴얼에 따르자. 우왕좌왕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 하기만 하면 거절이 된다. 매뉴얼은 감정노동이 될 수 있는 거절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쉽고 간단한 거절 매뉴얼



○ 할 수 있건 없건 하고 싶지 않은 일


 하라면 있지만, 썩 내키지 않는 일들이 있다. 체력이든, 여건이든, 역량이든 한계를 인정하며 거절한다. 핵심은 설명이 아니라 표명이다. 의사나 태도를 분명히 드러낸다.


 원치 않는 협조 요청을 받았을 때 이렇게 입장을 밝힐 수 있다. "일이 밀려 있어서 도움을 드리기에 역부족이에요. 죄송합니다." 혹은 "제가 적절한 도움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11화에서 다루었던 '굴리는 말하기'를 사용하면 타격감이 덜한 거절을 할 수 있다. 예시를 소리 내어 읽어보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와닿을 것이다. 굴리는 말하기와 던지는 말하기가 궁금하다면?


- 안 돼요. 못 해요. (던지는 말하기)
- 죄송합니다. 어렵습니다. 힘들 것 같습니다. (굴리는 말하기)

- 제 담당이 아닌데요. (던지는 말하기)
- 제가 도움을 드리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굴리는 말하기)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장을 정리하는 모습을 드러낸다면 상대에게 최소한의 성의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가 상처를 받는다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



○ 할 수 있건 없건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데 정황상 거절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 출강 제안을 받았다. 강의 성수기 기간이어서 횟수나 시간을 고려했을 때 수락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럴 때에는 아쉬운 마음과 감사를 표현한다. 나를 고려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고맙지 않은가?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기회인데 함께하지 못해서 아쉽고 죄송스러워요." 가능한 선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도 괜찮다. 받아들일지 말지는 상대 몫이다.


 혹자는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려면 그 자리에서 바로 확답을 피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바로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어떤 거절은 수락할지 말지 듣는 순간 판단될뿐더러 시간이 지체될수록 상황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대에게 바로 거절 의사를 밝히기 부담스럽다면 어느 정도 시간을 가져도 괜찮다. 기준은 상대가 아니라 내가 되어야 한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수락하는 대답에는 불편감이 있고, 상대가 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거절하는 대답에는 불편감도 있고, 상대도 있고, '나'도 있다.


 거절 때문에 욕먹을까, 상처 줄까, 미움받을까, 나쁜 사람이 될까 마음 졸였다면 거절의 치트키를 사용해 보자. 거절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후련한 거절을 위하여



오늘의 치트키

마음 편한 거절은 세상에 없다.
○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의사나 태도를 분명히 표명
○ 하고 싶은 일은 아쉬운 마음과 감사를 표현


임하나 소개 -



사진: UnsplashPriscilla Du Pree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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