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유산을 하고 집에 있을 때였다. 업무 관련 전화가 왔는데, 전화기 너머 상대는 시종일관 짜증 섞인 말투로 말을 하더란다. 사정이 있었겠지만, 상대의 말이 지인의 마음 상태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알았어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지인은 히마리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상대는 어떤 상황일까? 감정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도록 도와주는 말이다. 말실수 때문에 후회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말이다. 그런의도는 아니었다고 손사래 치지 않아도 된다. 컨디션이 좋을 때 한 번만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다. 상대는 어떤 상황일까.
굴리는 말하기와 던지는 말하기
말이 전해지는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굴리는 말하기와 던지는 말하기. 말로 인한 갈등은 어조 혹은 말투라고 부르는 움직임 때문에 시작될 때가 있다.
- 밥 먹었어? / 연휴에 뭐 했어? (굴리는 말하기) - 밥 먹었냐? / 연휴에 뭐 재미있는 거 했나? (던지는 말하기)
굴리는 말하기는 부드럽게 들린다. 비교적 안전하다. 던지는 말하기는 귀에 꽂힌다. 상대에 따라 복불복이다. 타격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어미나 단어의 문제는 아니다. 종결어미 '-니'는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굴러가기도 하고 꽂히기도 하므로. 말의 모양에 집중하기를 강조하고 싶다.
오늘 하루 입 밖으로 나온 말의 모습을 그려보기를 바란다. 말투에는 관계를 바꾸는 힘이 있다.
정중한 말 습관
말투는 습관이다.고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이때, 의문문은 쉽고 간편하게 갈등을 예방하는 습관이다.
- 우동 먹으러 갈까? - 토요일 10시 어떠세요?
결국 우동이 먹고 싶다는 말이다. 토요일 10시에 만나자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동 먹으러 가자', '토요일 10시에 만나자' 문장과 다른 점은 상대가 선택을 한다는데 있다. 선택지가 한 가지밖에 없더라도 마치 나에게 동의를 구하는 듯하다. 우리는 이런 말투를 정중하다고 부른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속담을 좋아한다. 강요냐 선택이냐 표현만 바꿔도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해줄래요?', '할까요?', '어떠세요?' 호감이 되어 돌아오는 이로운 말 습관을 실천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