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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릭 Dec 04. 2022

아, 착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 중일 때,

카페에서 테이크 아웃 커피를 주문 후 대기 중 일 때,

병원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기다림의 시간이 주어진 틈에는 항상 YouTube를 켜고 영상을 뒤적인다.

습관을 넘은 무의식이 나를 그리 이끈다.


능숙하게 켜진 앱의 제일 윗줄에는 구독한 콘텐츠가 새로 업로드 한 영상과 추천 영상들이 줄줄이 나열하여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제1열의 상위 파트를 차지한 콘텐츠는 단연 다양한 여행 유투버들의 콘텐츠이다. 허나 여행 유투버들을 위협하는 막강한 지분의 콘텐츠가 있었으니 그것은 동물 관련 콘텐츠이다.

개, 고양이에 관한 내용들 외에 맹수류, 맹금류, 설치류, 파충류 할 것 없이 동물에 관해서라면 장벽 없는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진심 다양하고 방대하게 유튜브의 영상들을 즐기고 있다.


동물 영상들을 가만히 감상하면서 내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감탄사는


아, 착해~!


이다.


동물에 관한 감동적인 서사를 주로 봐서가 아니다.

착한 행동을 하는 똘똘한 동물들의 브이로그를 봐서가 아니다.


내 입에서 "아~ 착해~!"란 말이 저절로 뚫고 나오는 순간은 그들의 맑은 눈을 볼 때이다.


내 인생을 반려하고 있는 쭈니, 차니의 축 처진 갈색 눈동자가 나를 향해 집중할 때, 그들의 눈동자는 티끌 없는 진심으로 가득 차 있다.

눈 깜빡임도 잊은 채, 오롯이 나를 향해 집중한 그 눈동자에 지치고 상처받은 나는 매번 힐링되고 치유를 받는다.


쭈니 차니의 눈동자가 주는 힐링을 콘텐츠 속 동물들의 눈동자에서 느낄 때 나는 만원의 지하철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고난 중에서도 평온과 안정을 되찾게 된다. 공황장애로 인해 시달림이 있는 나에게 그것은 분명 귀중한 선행이다.


하여 그들은 눈동자는 굉장히 착하다.


점심식사 후, 공원 길을 거닐며 산책을 할 때도 나는 개와 고양이, 참새, 까치, 비둘기, 까마귀 등 다양한 동물친구들과 마주친다.


개냥이 수준으로 사람들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공원 냥이들에게 "안 춥냐~?" 말을 건네면 졸고 있던 눈을 떠서 시선을 맞추고 "냐아앙~"하며 응답해주는 고양이와의 교감에 오전 일과 중 지쳤던 마음에 온기를 받고, 볕이 그득 내려앉은 잔디밭 위에서 부리로 땅을 쪼며 먹거리에 집중하고 있는 비둘기의 기름진 깃털이 반짝이는 것을 보며 배고프지 않고 춥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에 "차는 잘 피해 다녀!"라며 잔소리를 하면 끼루룩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는 찰나의 순간에도 입꼬리가 들릴 만큼의 기쁨을 느다.

주인 할아버지의 손에 들린 두 개의 리드 줄에 각기 자리한 회색과 갈색의 푸들 아가들과 마주쳤을 때, 스스럼없이 다가와 내가 내민 손등의 냄새를 맡고는 엉덩이와 꼬리를 힘껏 흔들며 내 마스크 위로 뽀뽀를 작렬하며 눈을 맞추는 순간, 나는 더 가늘고 높아진  목소리로 "아~착해~ 아~ 이뻐!!!"를 연발며 기분 좋음을 표현한다.

자신의 아이들을 예뻐하는 나를 바라보는 할아버님의 마스크 위 눈동자가 기분 좋게 휘 것을 발견한 나는 그 눈동자에 더 많이 행복해진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아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나는 말이  진리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친절하고 진심인 척 가장을 하고 있어도 마주한 눈빛에선 그것이 그저 하는 것임이 드러난다.


아픈 와이프에게 아프면 병원을 가지 왜 안 가냐고 무심한 척 면박을 주는 무뚝뚝한 남편의 눈빛에선 진심 어린 걱정이 그득 묻어난다.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반려견들은 늘 내 앞에 마주 앉아 뚫어지게 나를 응시하며 "엄마, 사랑해." 이야기한다.


누군가의 눈동자가 주는 메시지.

누군가의 눈동자가 주는 힐링.

누군가의 눈동자가 주는 상처.

누군가의 눈동자가 주는 힘.


착한 그들의 눈동자에 힘을 받은 내가 살아가는 오늘, 내 눈동자에도 힘을 받아 오늘을 살아갈 누군가가 있기에 나는 진심으로 눈을 뜨고 진심으로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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