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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릭 Mar 14. 2023

불편

몹시 힘들었던 그때, 어쩐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행하는 모든 행위가 꽤나 불편하게 여겨졌었다.


아침나절,

해야 할 일들을 "정신없이" 처리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조금은 불편하고, 자리가 잡히지 않아 어쩔 줄 모르겠는 기분이 전신과 전심을 에워싸고는 놓을 기미가 없는 것이었다.


커피 한잔에 한가로이 인터넷을 떠도는 휴식시간에도, 소형화물의 짐칸을 개조해서 탱크처럼 튼튼하고 키가 꽤 큰, 생애 첫 자가용에 앉아 좋아하는 노래듣기 알맞은 데시벨로 감상하고 있을 때조차 온몸 구석구석에 포진되어 있는 세포들이 불편해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이 주는 스트레스는 고행 그 자체였다.


겨우 찾아든 잠에서 깨어나는 아침의 어느 순간, 의식이 깨어난 순간부터 시작될 극심한 불편에 힘겹게 열어 올린 눈동자 안에는 까맣게 내려앉은 두려움이 그득했다.


몸에 열 기운이 많아 사시사철 뜨끈한 손발을 가지고 있는 만성변비환자가 은근하게 달아올라있는 온돌방 안에 갇혀 탈출이 불가능했을 때의, 숨 막히는 불쾌함이었다.


이 고행에서 진심으로 빠져나가고 싶었다.


가지고 있는 상식과 지식과 생각과 판단을 몽땅 가동해 다양한 루트를 모색해 내고 그리 행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불쾌로 인한 고통은 쉬이 잦아들지 않았다.


물론, 처음의 그때처럼 강렬하진 않았다. 강도가 낮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굳은살이 박힌 발뒤꿈치 마냥 무뎌졌을 뿐이었다.  발끝에서부터 올라온 원인 모를 마비가 대장을 지나  심장까지 침범해 버려 끝내 끝을 보게 될 것만 같았다.


심리와 본능은 필사적이었지만 점점 마비가 오는 몸뚱이 마냥 무기력해진 의지는 이미 실행을 멈춘 채 쓰러져있었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조난당한 이 몸을 누군가가 기적적으로 찾아내어 구출할 방법을 모색하고는 순전히 그의 도움으로 인해 다시금 살 수 있는 일생의 기회를 얻는 것이었다.   


절박하고 불편한 몸과 마음이 주는 스트레스로 밝은 스탠드 아래 뉘인 몸이 몽둥이로 난타라도 하고 싶을 만큼 힘겨웠다.  미칠 것 같은 느낌에 꽉 쥔 주먹으로 심장을 있는 힘껏 두들기고는 휙 몸을 돌려 엎드렸다.


순간 온몸에 포진해 있던 저림이 스르륵 풀리면서 편안함이 몰려왔다. 여름날 아사 이불처럼 전신을 덮어왔다.  편안했다.  부드러웠다.


단순히 몸을 돌려 엎드린 것뿐인데 그것이 주는 안식이 이렇게 다니.


뜻밖의 해답에 어리둥절해진 의식은 이내 편안함을 유지하기 위한 굳히기에 들어갔다.  약간의 미동도 허락하지 않은 채 자세를 유지하며 오래간만에 찾아온 평화를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 즐겼다.  지금의 안정이 영원히 유지되길 바라고 또 바라며 기도하고 기원했다.  하지만 기도와 기원은 불편에 대한 지나친 인식을 일깨웠고 또렷하게 떠오른 인식은 불편한 스트레스에 대한 두려움을 끄집어냈다.  좀 전에 느꼈던 불편한 스트레스가 기억 속에 인식되어 두려움이 고개를 드는 순간, 절망스럽게도 불편함이란 존재가 말초신경부터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은 그것들이 다시 온몸을 장악해 버릴 거란 명확한 결론이 서자 무기력해진 정신은 좀 전의 에너지틱한 기운을 내려놓고 의지란 존재에게서 미련도 없이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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