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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Feb 05. 2021

전쟁의 기술

2021.2.5.금

얼마전 읽은 《돈의 속성》을 사무실에 두고 다른 분들에게 읽히고 싶어서 - 그런데 잘 안 읽는다 - 주문했더니 오늘 왔다.

우체부 아저씨가 친절하게도 현관문앞까지 배달해주는 바람에 남편에게 들켰다. 그 책은 남편이 사라고 한 거였다. 매사 지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내가 책이름을 말했음에도 또 되풀이 하는 말,


남편 "제발 책 좀 그만 사, 이사갈 때 어떻하려고 그래!"

아내 "여의치 않으면 친구들한테 주면 돼. 내 책들을 탐내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남편 "나눠 주는 건 쉬운 일이야?"

아내 "그건 내가 알아서 한다고. 글고 이 책은 자기가 사란 책인데 왜 내 말은 건성으로 듣고 자기 말만해!"

여기에서 멈췄다. 두어 마디 더 하면 전쟁이다.



이제 전쟁을 다룰 줄 안다.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앞으로도 여전히 사야할 책은 사들일 것이고 남편은 여전히 '책 좀 그만 사'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사실은 책 문제가 아니다. 남편은 매사 자기가 지시하고 주도해야 하는 스타일이고 나는 지시받는 것도, 같은 사안을 두 번 이야기하는 것도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종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전쟁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배송료를 아끼느라 하루키 에세이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을 중고로 함께 샀다. 요즘 하루키 에세이를 두어 꼭지 읽는데 재미를 붙였다.

가끔 전쟁을 치르면서 낮 시간엔 읽은 시조집 다시 읽기, 수업할 책 《심리학 오딧세이》 《조선의 탐식가들》 읽기, 저녁에 미니시리 두 편, 잠자리 들기전 하루키. 2021년 2월이 그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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