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속도

소리 없는 하루

by 녕이담

바깥을 나설 때마다 이어폰을 꼭 챙기는데

가끔씩 두고 나오거나, 배터리가 없어서

아무것도 듣지 못하게 되면

불안감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혼자 집안에 있을 때도,

반드시 티비나 음악을 틀어두었는데.


어쩌다 아무것도 틀지 않았을 때 고요함에서

공포가 해일처럼 몰려오는 기분을 느꼈던 적이 있는데

왜 그런 걸까 생각해 보다 추측하게 되었다.


긴 병원 생활을 하는 오랜 시간 속에서

고요함은 무척 드문 것이었던 터라 밤중에도

옆의 사람의 바스락 거림, 기침 소리,

투약하러 온 간호사들의 발소리.


여러 의료기기의 알림 소리들, 누군가의 쌔액하는 숨소리,

하루가 고단하던 보호자들의 코 고는 소리,

아파서 끙끙 앓거나 우는 소리,

금식에 배가 고파 울어대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토닥여 달래는 엄마의 속삭임 등과 같이

온전한 고요를 맞는 밤도 365일 중 참으로 드문 것이었다.


늘 수많은 소리 속에서 살아온 시간들 덕분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것들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밖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게 되면서

그런 불안감과 공포도 조금씩 일상의 흐름에 희석되어 가며

조금, 조금, 천천히 옅어져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고요 속에서 존재하는 소리를 듣게 되어 그에 집중해보기도 한다.


천장에서 돌아가는 에어컨 소리.

약간 덜덜거리며 소음을 내는 선풍기 소리.

벽지가 수축 팽창을 반복하며 뽁하고 내는 소리.


수액 주입기가 돌아가며 똑똑 떨어지는 소리.

창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꺄하는 웃음소리와

채소 파는 트럭 아저씨의 목소리.


산책하던 개가 '왕!'하고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파르륵 물이 끓는 커피 포트의 알림에

부스럭 커피 봉지를 뜯으며,

홀로 고요 속 소리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샌가 점점 즐거워진 고요를 즐기며 가끔씩은.

일부러 아무것도 틀지 않은 헤드폰을 쓰고 밖을 나가기도 한다.


강한 햇살이 쨍한 소리를 내며 맞이하고,

자박자박 걸음을 옮겨 가는 동안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들의

샤라락 소리가 매미의 찥어질 듯 우는 맴맴 소리가

귀를 덮은 헤드폰을 뚫고 들어온다.


바깥세상이 주는 소음, 그 속에 존재하는 어떤 리듬.

이런 소리들이 선사해 주는 하루가 조용하면서도,

평화롭게 마음으로 들려온다.



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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