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상금을 갉아 먹으며 사는 중
상금을 받긴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2019년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으로
3000만원,
2020년 웹드라마 공모전 수상으로
800만원.
중간중간 영화진흥위원회와
콘텐츠진흥원에서 하는
육성 프로그램으로
훈련비를 지원금으로 받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또 글로 수상금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돈을 갉아먹고 살 수는 없었다.
예금으로 있는 천만원 금리를 따져봤자
몇만원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아빠의 추천으로 주식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아주 멍청하게 우량주는 말에
덜컥 돈을 털어 삼성전자에 꼴아박았다.
결과는 아주 처참했다.
현재 마이너스 200만원을 찍고
개물장이 되어 내 속을 쓰리게 만들고
있는 주범이다.
어떻게든 살 구멍을 만들어야했다.
당시 자영업자던 남자친구의 영향으로
지방 자치단체에서 청년들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해주는 사업에
계획서를 내기 시작했고
세 번의 고배 끝에 붙어
4천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동업하기로 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창업을 물건너가게 되었다.
창업을 목적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었고
한번도 카페에서 일해본적이 없어
카페에서 알바를 하기 시작했다.
32살의 알바 지원자를 뽑아주는데가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지금 현재, 20대들의 틈바구니에서 욕을 먹어가며
우당탕탕 커피와 각종 프라페를 만들며 살고 있다.
(거의 50개가 넘는 레시피를 다 외우고 만들어야 하며,
오피스 골목에 있어 점심시간만 되면
직장인들이 개떼처럼 몰려든다.
그 광경은 정말 무섭다. 하지만 쫄면 안 된다.
빨리 만들어 그들을 빨리 눈앞에서 치워야 한다.
놀랍게도 해내는 일의 퀄과 양은 상당한데
최저시급을 받는다!!
중고등학교때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적이 없는데
사흘 밤낮으로 레시피를 달달 외웠다!
심지어 알바주제에 차를 타고 다녀서
하루에 주차비가 10500원 나온다!
그렇게치면 하루 일당이 2만원밖에 안되는 셈. 하하)
플러스,
갑자기 고양이의 집사가 되면서
사료값을 벌어야되는 상황이 되어
난 고정수입이 필요했다.
그래서 카페 알바를 계속 해야 한다..
집사 친구중 하나가 야근하면서
우리 고양이 사료값 벌어야지..
를 주문처럼 외우며
일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제사 그 말이 십분 이해가 간다.
내 손발은 걸레짝이 될지언정
우리 고영은 좋은 거 맛있는거
먹여야 집사도 행복한 법.
작가 지망생이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는지 얘기하다가
너무 멀리왔다.
아무튼 나는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이 글로 밥을 벌어먹고 살아야 한다.
중간중간 예술인을 위한 제도가 있어
지원금도 받고 있지만
가끔 있는 이벤트를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최근에 차를 샀다..
이건 마치 카푸어, 캣푸어의 더블 콤보다.
가지고 싶은 것은 점점 많아지는데
돈 나올 구멍은 없고.
주식은 점점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기만 하고.
나에겐 대책이 필요했다.
자영업? 자본금도 없고
카페 알바해보니까
한 운영체의 사장이라는 건
정말 별로인 것 같다.
쉴 시간도 없고 관리해야 하는 게 너무 많다.
다시 회사를 들어간다?
차라리 머리깎고 중이 되고 말 것이다.
절밥 좋아하니까.
작가 데뷔로 본격 글밥을 먹는 것?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3년째 느끼고 있다.
회사원아니면 자영업 아니면
내가 가진 내적 자원으로
가치창출을 하는 것.
인간은 정말 다면적인 존재인데
이 세가지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사는 방식은 정말 다양한데
그 방법이 남들과 다르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 나라에서
서른 두해를 살아가는 바람에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는다.
지망생이라는 것은 무엇이 되기
직전의 상태라는 것인데
무엇이 되어 무엇이 가지는
가치로 경제적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
나는 무엇이라도 해야만 한다.
무엇이라도 해야만 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뾰족한 수가 없었다.
내가 하기 싫은 것들과
죽어도 할 수 없는 것들을
빼고 나면 글쓰기 밖에 남지를 않았다.
나는 하기 싫은 일을 하면
우울증이 깊어져 번개탄 구매 페이지에
들락날락하는 부서져 버리기
쉬운 인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딱히 좋은 방법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그냥 살기로 했다.
지금 내가 만들어내고 있는
일상들을 돌아보면
‘복되다’는 말이 떠오르니까.
9시에 필라테스를 가기위해 나오면
출근하는 회사원들이 보인다.
몇 년 전 나도 저 무리안에 껴서
차에 치이는 상상을 무한반복했었지.
지금 내 몸을 위해 운동을 가는 나는
얼마나 복 된가.
필라테스가 끝나고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으면 12시쯤이 된다.
목에 사원증을 걸고 점심식사 이후
커피를 사러온 직장인들이 몰려온다.
테이블에 동료들과 둘러앉아
맛있는 커피를 앞에두고도
어색하게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는
숨막히는 분위기.
그 풍경을 보면,
그 속에 속해있지 않아도 되어
얼마나 복된가.
남과 비교하며 행복을 가늠하는 짓이
후진건 알지만
또 남과 비교하며 내 행복을
가늠하는 것만큼
확실하게 잡히는 것도 없다.
얼마 전까지 직장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지금 나의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된거면 되지 않을까?
더 바라고 얻으려 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스스로를 생계형 지망생으로 칭하면서
살아보니 내가 행복했는가, 여유로웠는가,
내 인생에 만족했는가?
그리고 난 그렇다. 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럼 됐다.
회사를 관두고도 3년동안
배곪지 않고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어떻게든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뿐이겠지.
(+)
생계형 작가 지망생의 좋은 점 하나 더.
충동적으로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다닐 수 있다.
도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있다가도 갑자기 떠나자!
생각이 들면 먼 곳의 티켓을
사서 챙긴 짐도 없이 몸을 옮긴다.
몇시간 후면 뿅.
생각지 못했던 낯선곳의 하늘을 보게 된다.
이 글도 서울대입구의 커피빈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다가
동서남북으로 꽉 막힌 카페가 갑갑하게
느껴져 수요일 오후 3시, 강릉으로 쐈다.
지금은 안목해변의 스타벅스.
바다를 보며 글을 시작하고,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