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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면, 족삼리?

- 위를 다스려주는 마스터키

by 하늬

이도저도 잘 모르겠으면 족삼리를 선택하란 말이 있을 만큼, 만능 혈자리로 불리는 것이 족삼리이다.

그만큼 수많은 효능이 있어 많은 이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유명한 혈이다.

예전 어른들은 족삼리에 뜸을 뜨면 무병장수한다고 하여, 족삼리 자리에 뜸으로 인한 화상 자국이 남은 분들도 적지 않다.


족삼리는 위 경락에 속해있는 혈자리로, 위장을 건강하게 해 준다.

속이 메슥거리거나 잦은 트림이 있을 때, 구토, 위염, 위경련, 복통 등 각종 소화기 질병에 사용 가능하다.


오장육부 중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 소화기관은 중요하다. 에너지를 얻고 생명력을 유지시키는데 기본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잘 먹지 못하는데 무슨 힘을 쓰겠는가. 그중에서도 밥통이라고 부르는 위장은 음식물을 받아들여 소화를 하는 첫 관문이다. 그러한 위를 튼튼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족삼리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에 그치면, 무엇이든 열 수 있는 만능열쇠인 마스트키로 부르기는 조금 부족하다.


동의보감에는 "사람이 30세가 지나서는 족삼리혈에 뜸을 뜨지 않으면, 기가 눈으로 치밀어 오르게 된다"는 말이 있다.

한살 한살 나이가 들면, 화火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드라마를 보면, 회사가 망했을 때 회장님이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감당하기 힘든 충격적인 현실이 닥쳤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버티지 못하고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를 현대의학에서는 혈압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보다 넓은 개념인 기氣를 이야기한다. 온몸의 기가 골고루 조화로워야 하는데, 기가 순간적으로 위로 치우치면서 작게는 어지럼증, 두통을 느낄 수 있고 심하면 중풍風中*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도 서른이 넘으면 기운이 위로 오르는 것을 경계했는데, 스트레스가 일상인 현대사회에서는 오죽할까. "땅을 밟고 걸어라, 다리를 많이 움직여라, 하체를 튼튼히 하라"는 말은 비단 하체 근육의 중요성만을 강조한 것이 아니다. 기운이 늘 위로 치우쳐 있으면 울화가 생기기 쉬워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몽롱하게 맑지 않으며 가슴은 답답한 한편, 발은 시리고 발목이 약해져 자주 삘 수 있고 다리에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땡땡하게 부을 수 있다. 발을 따뜻하게 하는 족욕, 하체를 따뜻하게 하는 반신욕이 좋다는 것은 이렇게 몸의 위쪽에 몰려있는 열과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작용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이는 정신적으로 피로하면 실질적인 몸까지 상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그 어원인 stringer(긴장하다, 팽팽히 조이다)를 살펴보면 스트레스가 기운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손과 발, 머리와 다리, 상체와 하체 등 우리 몸의 상하좌우에 기운이 물처럼 원활하게 소통돼야 하는데, 긴장한다면 특정 부위에 기가 뭉쳐 있게 된다. 특히 위아래의 기운에 문제가 생기면 머리, 즉 뇌에 영향을 끼쳐 심각한 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족삼리는 기운을 소통시키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중풍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7개의 혈자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족삼리는 충분히 만병통치약으로 불릴만하지 않을까?


족삼리.jpg


족삼리(足三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다리에 위치한다. *

리(里)는 촌(寸)을 뜻하는데, 무릎 아래 3촌에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혈자리 이름이 붙었다. 족삼리는 하삼리(下三里)라고도 부른다.

위 경락에 위치한 독비 혈과 해계 혈을 연결하는 선을 16등분 했을 때, 독비에서 아래쪽으로 3번째에 해당된다. 이는 고무줄자를 이용하면 편하게 찾을 수 있다.

독비는 무릎뼈(슬개골, Patella) 아래에 있는 오목한 곳 중 바깥쪽에 있는 혈자리로, 무릎을 굽혔을 때 찾기 쉽다. 해계는 앞쪽 발목의 가운데 부분, 오목한 곳에 있다. 발목을 굽혔을 때 보이는 2개의 힘줄 사이에 위치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족삼리를 "무릎에서 아래로 3촌 내려가 정강이뼈면 큰 힘줄 안쪽 우묵한 곳에 있다"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독비1.jpg 독비, 해계


족삼리는 앞정강근 위에 있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종아리의 앞쪽, 정강이의 바깥쪽에 있는 근육이다.

앞정강근은 발을 발등 쪽으로 굽히데, 이 근육에 문제가 생기면 발이 밑으로 떨어져 하수족(foot-drop muscle)이라는 별명이 있다. 이외에도 발을 안쪽으로 뒤집는 작용을 한다.

앞정강근이 약해지면 곧 발목의 안정성이 떨어지게 되어, 걸을 때 헛디디거나 넘어질 위험이 높아진다.

앞정강근은 종아리 뒤쪽에 있는 가자미근과 비복근의 반대 역할을 하는데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항상 수축하고 굳어있기 쉽다. 이렇게 뭉치고 피로해지기 쉬운데 반해, 풀어주기는 쉽지 않다.

이때 족삼리 혈을 누른 채 발목을 굽혔다 폈다 해주면 큰 도움이 된다. 발레를 할 때 발목부터 발끝까지 쭉 폈다가(포인; pointe) 굽혀주는(플렉스; flex) 동작을 생각하면 쉽다.

다리를 쭉 펴고 앉아서 발목을 오른쪽 혹은 왼쪽으로 돌려주는 것도 좋다. 양 다리를 모두 펴고 앉아있는 자세가 불편하다면, 한쪽 다리만 쭉 뻗은 채 나머지 다리를 (편 다리의) 무릎 위쯤에 굽혀서 올려놓고 굽힌 다리의 족삼리혈을 누른 채 발목을 굽혔다 폈다 하면 좀 더 수월하게 동작할 수 있다.

이렇게 족삼리혈을 자극하여 앞정강근을 풀어주면 곧고 날씬한 다리를 만드는데도 좋다.







* 반면 수삼리(手三里)*는 팔에 있는 혈자리로, 대장 경락에 속한다.


수삼리.jpg


* 중풍 : 현대의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뇌졸중'으로 부르지만 뇌졸중은 뇌경색과 뇌출혈에 한정되는 개념인데 반해, 중풍은 '풍에 맞다, 적중하다'는 뜻으로 좀 더 넓은 개념이다.




혈자리와 경맥 이미지는 '네이버 지식백과' 중 '한의학대사전'을 참고했습니다.

한의학대사전, 정담, 200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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