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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랑 발바닥을 때리는 이유, 용천

신장을 튼튼하게

by 하늬

'샘물(泉)이 솟구치다(湧)'는 뜻을 가진 용천(湧泉).

용천하면 새신랑의 발바닥을 때리는 옛 풍습이 떠오를 만큼, 정력과 연결되는 혈자리이기도 하다.


이는 용천이 신장 경락에 속하기 때문인데,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신장은 비뇨기계인 콩팥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갖는다. 신장은 정(精)을 간직하는 기관으로 생식기계는 물론 선천적으로 부모에게 받는 유전적 요인까지 포함한다. 정(精)은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영양물질로 아이들의 성장과 발육, 성인의 노화에 관여한다.


또한 신장은 인체에서 물을 주관한다. 인체에 있는 물이라고 하면 혈액, 림프액, 눈물 등 다양한 체액이 있지만 이렇게 단편적으로 하나씩 구분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물을 이미지를 연상해보는 것이 좋다.

냄비에 물을 끓일 때 물이 많으면 천천히 온도가 높아지고 천천히 식지만, 물이 적으면 금방 끓고 금방 식는 것을 떠올려보자. 우리 몸에도 물이 충분히 있어야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화(火)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분노하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감정적 요인뿐 아니라 실제 우리 몸에서 화(火)가 성해지면서 일어나는 증상까지 포함한다. 갑자기 충격을 받아 귀가 멍멍해지거나 순간적으로 혈압이 높아지면서 쓰러지는 것, 화가 나서 마치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 같다고 표현할 때의 두통, 입이 마르고 입 안에 생기는 염증, 목이 따갑고 아픈 증상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래서 몸의 수액을 조절하는 신장 경락 중 하나인 용천 혈은 의식을 잃었을 때, 고혈압, 두통, 이명, 인후통, 구내염 등 다양한 질환에 응용이 가능하다. 물론 신장 자체의 건강에 좋기 때문에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질환에도 좋다.


용천 혈은 발가락을 굽혔을 때, 발바닥의 가장 오목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발가락을 제외한 발바닥 길이를 3등분 했을 때 앞쪽, 그중에서도 중심 부위로 둘째와 셋째 발가락 사이를 따라 발바닥으로 쭉 내려오면 된다.


용천.jpg


용천 혈자리와 관계된 근육은 발바닥 널힘줄, 짧은발가락굽힘근, 긴발가락굽힘근, 벌레근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발바닥널힘줄(족저근막)은 발바닥에 있는 두껍고 강한 섬유조직의 막이다.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몸무게를 견디며 충격을 흡수해준다. 또한 걸을 때 발이 힘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발바닥널힘줄에 염증이 생긴 것을 족저근막염이라 한다.

족저근막염은 발을 무리하게 사용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발의 아치가 정상보다 높거나 낮을 때 더욱 생기기 쉽다. 갑자기 달리기를 하거나 뛰어오르는 동작을 반복했을 때, 너무 오래 서 있을 때 염증이 발생하며, 신발 바닥이 딱딱하거나 굽이 높은 신발을 신는 것은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하루 중에는 자고 일어난 뒤 아침에 처음 발을 디딜 때 가장 통증이 심하고, 활동을 어느 정도 하면 오히려 풀릴 때가 많다. 물론 발을 너무 혹사했다면, 저녁때 좀 더 아파지기도 한다.


용천 혈을 손으로 지압할 때는 발바닥을 사이에 두고 용천의 반대편, 즉 발등의 2번째와 3번째 발허리뼈 사이를 위 경락이 지나가므로 함께 눌러주는 것도 좋다. 자극을 좀 더 강하게 주기 위해서는 이렇게 혈자리를 누른 채 발가락을 굽혔다 폈다 하면 된다.

족저근막염이 있는 경우라면 골프공이나 테니스공을 이용하는 것도 전반적인 근육을 풀어주는 데에 있어 도움이 된다.


이처럼 용천 혈의 여러 가지 효능을 살펴보자면, 새신랑의 발바닥을 때리는 풍습은 단지 첫날밤을 잘 보내라는 짓궂은 장난이 아니라 새로 탄생한 부부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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