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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좋은 삼음교

잦은 코피에도 좋아요

by 하늬

음(陰)이 하나도 둘도 아닌 셋이 만난다는 삼음교(三陰交)는 비장 경락에 속한 혈자리이다.

동시에 신장 경락과 간 경락과도 관련이 있다.

이들 3개의 경락은 모두 다리를 지나는 음(陰)의 경락인데,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이라는 그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다.


위 3개 경락의 이름은 족(足)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수태음폐경(手太陰肺經),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 등과 같이 수(手)로 시작하는 경락의 분포 부위가 팔인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또한 태음, 소음, 궐음 모두 음(陰)에 속하는데, 이는 삼양(三陽; 태양, 소양, 양명)과 구분된다.

경락이 분포된 부위가 주로 다리인 삼양경에는 족양명위경(足陽明胃經),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이 있다.


음(陰)과 양(陽)은 서로 상반되는 2개의 기(氣)를 뜻한다.

그늘진 음지와 볕이 드는 양지, 찬 기운과 따뜻한 기운, 약함과 강함, 속과 겉, 안과 밖, 땅과 하늘, 아래와 위, 달과 해, 밤과 낮, 여자와 남자 등 음과 양의 대표적인 예이다. 둘 중 앞에 언급한 음지, 찬 기운, 약함, 속, 안, 땅, 아래, 달, 밤, 여자는 음에 속한다.


삼음교를 지나는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은 모두 경락이 다리의 안쪽으로 흐른다.


이렇게 족삼음경이 모두 지나는 삼음교는 혈자리가 속한 비장 외에도 간과 신장의 병에 두루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우선 소화기관인 비장이 좋지 않아 밥맛이 없을 때, 체하거나 트림, 구토가 날 때, 배가 아플 때나 설사가 날 때 좋다. 비장은 오장 중 하나로, 위와 짝을 이루어 소화기능을 담당한다. 우리는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비위가 동한다'고 하고, 속이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을 때 '비위가 뒤집힌다' 혹은 '비위가 상한다'라고 한다. 이처럼 비위는 서로 도와가며 소화에 작용한다.

위를 속된 말로 밥통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서 위의 역할을 가리키는 말이다. 비장의 비(脾)는 '도와준다(俾)'는 의미가 있어, 위에 담긴 음식의 실제적인 소화를 돕는다.


다음으로 삼음교는 신장의 기운을 튼튼하게 하는데, 한의학에서 신장은 단지 비뇨계 뿐 아니라 생식계 기능을 포함한다.* 그래서 삼음교 혈자리를 활용하면 유뇨(소변이 저절로 나오는 증상) 뿐 아니라 유정(정액이 저절로 나오는 증상), 발기부전, 불임 등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간과 신장, 비장 3개의 장은 모두 정혈(精血)과 관계가 깊다.

신장은 정(精)을 저장, 간은 혈(血)을 저장하고, 비장은 혈을 조절하고 다스린다.

비장은 혈액이 정상적으로 혈맥 속으로 순환하도록 하는데,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출혈이 생긴다. 월경과는 관계없이 자궁에서 피가 나오는 부정자궁출혈 외에도 코피, 대변과 함께 피가 나오는 변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정(精)과 혈(血; 피, blood)은 음식물로부터 만들어지는, 인체의 생명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물질이다. 정(精)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남성의 정력이지만, 한의학에서는 훨씬 더 넓은 개념을 가진다. 정(精)은 생식 기능뿐 아니라 성장과 발육,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생명활동의 기본이 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혈은 남녀에게 모두 중요하지만, 매달 월경을 하고 아기를 잉태하는 여성에게 부족해지기 쉬워 더욱 큰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간, 신장, 비장 3개의 경락이 지나는 삼음교는 월경 과다나 불순, 대하(냉; 질 분비물) 같은 여성 질환에 좋다. 생리통에 효과적인 혈자리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삼음교는 종아리 정강뼈 안쪽모서리의 뒤쪽에 있는데, 안쪽 복사뼈 위 3촌 부위에서 찾을 수 있다. 안쪽 복사뼈 중 가장 튀어나온 곳에서 음릉천*까지는 13촌이라면, 아래에서부터 3촌 위가 삼음교이다.

아무런 도구 없이 3촌을 쉽게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나의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총 4개의 손가락을 나란히 모았을 때의 가로 길이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지압하는 사람 자신의 신체를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만약 아이의 삼음교를 찾으려면 아이 손가락으로 3촌의 길이가 정해진다. 즉 3촌의 길이가 몇 cm라고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르다. 이것은 사람마다 팔다리의 길이가 다르고 비율이 다른 것에서 비롯된 합리적인 방법이다.


삼음교1.jpg 삼음교, 음릉천


삼음교 혈자리와 관계된 근육은 긴발가락굽힘근과 가자미근이 있다.

긴발가락굽힘근은 엄지를 제외한 2번째부터 5번째 발가락의 원위지골*을 굽힌다. 이 근육에 문제가 생기면 발바닥 중앙에 통증이 생긴다. 발에 잘 맞지 않는 신을 신고 울퉁불퉁한 땅을 달리거나, 맨발로 모래밭을 걸을 때 이 근육이 긴장되기 쉽다. 딱딱하고 유연성이 없는 밑창이 있는 신발 혹은 밑창이나 뒷굽이 많이 닳은 신발을 계속 신을 경우도 나빠질 수 있다.


가자미근은 넙치근이라고도 부르는데, 근육의 모양이 납작한 물고기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종아리 뒤쪽의 근육으로 발꿈치를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가만히 서 있으려면 몸이 앞뒤로 약간씩 흔들리는데 이때 가자미근이 앞정강근과 함께 조절해주어 기립 자세를 지탱해준다. 가자미근이 손상되면 비탈길,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들어지고, 쪼그려 앉기가 힘들어 발뒤꿈치를 들고 않게 된다. 가자미근이 있는 장딴지 뿐 아니라 발뒤꿈치와 아킬레스건까지 통증이 생길 수 있으며, 정맥펌프* 작용이 방해받아 발목이 붓고 다리가 아프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의 성장통과도 연결된다. 엉덩이, 골반 부근*이 아플 수도 있고, 때로는 같은 쪽 턱까지 통증이 방사되기도 한다.

이 근육은 미끄러운 바닥을 맨들맨들한 밑창의 신발을 신고 걸을 때, 굽이 높은 신발을 신을 때 활성화된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뻔할 때 순간적으로 긴장되며, 달리기를 할 때도 피로가 쌓인다.


그래서 삼음교를 자주 마사지해주면 발과 다리의 건강과 아름다움 뿐 아니라 온몸의 순환까지 좋아진다. 특히나 여성에게는 속부터 겉까지 다방면으로 효과적인 혈자리가 아닐까 싶다. 조금 더 효과적으로 삼음교를 지압하려면 혈자리를 누른 채, 발가락 혹은 발목을 굽혔다 폈다 하면 도움이 된다.


다만 임산부의 금침혈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어혈을 없애주고 생리를 통하게 해주는 효능 때문이다. 하지만 분만 시에는 오히려 통증을 줄여주고 분만을 촉진해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때에 따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









* 현대의학에서의 비장은 지라(spleen)로 림프구를 만들고 늙고 오래된 적혈구를 파괴한다. 즉, 소화계보다는 면역계, 순환계에 관련이 깊어 한의학에서 뜻하는 비장과는 차이가 있다.


* 콩팥 위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인 부신에서 남성호르몬을 만들고 분비하는 것과 연결시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오장의 하나인 신장은 좀 더 넓은 의미를 가진다.


* 음릉천 : 비장 경락의 혈자리. 종아리 정강뼈면의 안쪽관절 아래에 오목한 곳에 위치한다. 정강뼈 안쪽관절융기 아래모서리와 정강뼈 안쪽모서리 사이의 오목한 곳.


* 원위지골: 발가락을 이루는 뼈 중 발바닥에서 가장 먼, 발가락 끝에 있는 뼈로 발톱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손가락도 마찬가지이다.

엄지발가락에는 2개의 뼈만 있으므로 발허리뼈(혹은 손허리뼈)와 연결되는 뼈가 근위지골이고, 2번째부터 5번째 발가락(혹은 손가락)은 각각 3개의 뼈가 있어 근위지골과 원위지골 사이에 중위지골이 하나 더 있다.


* 정맥펌프 : 중력을 거슬러 다리에서 심장으로 정맥혈을 보내주는 작용. 제2의 심장이라고도 부른다.


* 천장관절 깊은 곳에 통증을 느낄 수 있는데, 천장관절이란 천골(엉치뼈)와 장골(엉덩이뼈)가 만나는 곳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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